<美쇠고기 논란>갈라진 ‘촛불’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를 초기부터 주도해온 양대 세력이 ‘집안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와의 연대에 적극적인 ‘미친소닷넷’과 구호·깃발·피켓 등을 금지하는 ‘3불(不) 원칙’을 고수하는 ‘2mb탄핵연대’가 감정싸움을 벌이다가 급기야 촛불문화제를 따로 개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서울에서 1만2000명(경찰 추산)이 참여, 미국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로는 최대 행사가 열린 6일 ‘촛불’은 2군데서 켜졌다. ‘미친소닷넷’과 이날 결성된 ‘광우병 위험 미국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긴급대책회의’ 측이 서울 청계광장에 자리를 잡은 반면, ‘2mb탄핵연대’ 측은 여의도 국회 앞에 모였다. 양측은 이날 행사 전부터 ‘다음’ 등 주요 인터넷 포털 게시판과 각각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촛불문화제 참여자 확보를 위한 거친 비방전을 벌였다.

‘2mb탄핵연대’ 지지자들은 “청계천 행사는 불법 집회”라고 비난했고, ‘미친소닷넷’ 지지자들은 “여의도 행사는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를 지지하는) ‘문빠’들의 행사”라고 맞섰다. 결국 ‘평화적인 문화제’를 표방한 여의도 행사에 9000여명이 몰린 반면, 청계천 행사에는 3000여명만이 참석했다.

‘촛불의 분열’은 2차 촛불문화제가 열렸던 지난 3일부터 감지됐다.

이날 문화제에서 ‘미친소닷넷’ 측이 모금활동을 벌이고 자체 제작한 신문을 판매하면서, ‘2mb탄핵연대’측의 반발을 샀다. ‘미친소닷넷’은 민주노동당, 전국교직원노조 등과 활동을 같이해온 백모(30)씨가, ‘2mb탄핵연대’는 창조한국당 당원인 한모(45)씨가 운영자로 있다. 각 단체 주도세력의 성향차가 양측의 갈등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2mb탄핵연대’ 회원들은 “생긴 지 며칠 되지도 않은 ‘미친소닷넷’이 민주노동당 로고가 찍힌 연단을 세우고 정치적 구호를 남발해 촛불문화제를 보수 언론 및 경찰의 표적이 되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미친소닷넷’ 회원들은 “왜 우리를 ‘좌익 빨갱이’라며 보수 언론스러운 말로 비난하느냐”고 맞섰다.

임정환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