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표시 확대’ 단속인력 턱없이 부족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장관고시가 일단 연기된 가운데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한 다각적인 보완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쇠고기 논란이 격해진 이후 정부가 산발적으로 후속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의문시되거나 손질이 필요한 내용들이 많기 때문이다.

보완책 마련을 위해서는 한·미 간 추가협의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주목되고 있다.

◆국내대책 ‘구멍 많다’ = 정부는 수입쇠고기 유통대책으로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를 전면확대, 모든 식당에서 메뉴와 식당입구에 요리에 쓰이는 고기의 원산지를 표시하고 회사 구내식당과 병원·학교·군부대 등 집단급식 장소에도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유통투명성을 높여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도록 한다는 취지지만 실효성이 담보될지는 불투명하다.

우선 대형업소조차 지키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원산지 표시제 위반을를 영세식당을 포함한 수많은 업소들이 위반하는 것을 어떻게 단속할 것인지가 의문이다. 정부는 최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단속권한을 부여하고 단속인력을 400명에서 1000명으로 확대했지만, 원산지 표시대상이 확대될 경우 57만3600여개에 달하게 될 음식점을 일일이 단속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받는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주부 및 소비자단체 등을 명예감시단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보완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측과 추가협의 ‘불가피’ = 광우병 발생 시 수입중단 조치를 명문화하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미측과의 추가협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수입 쇠고기 전수조사와 월령 미표시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 불합격 조치도 구체화하려면 추가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수입물량 전체를 조사하는 전수조사의 경우 광우병 발생 등 비상 시 전수조사를 시행할 수 있다는 내용을 내부 검역지침에 반영하면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지만 ‘비상시’를 언제로 봐야할지 등을 놓고 양국 간 마찰소지가 있다.

월령 미표시 SRM 반송방침도 정부는 ‘모든 월령 소의 편도·회장원위부(소장끝), 30개월령 이상 소의 뇌·눈·척수·머리뼈·등뼈’로 규정된 SRM을 수입하지 않는다는 위생조건을 근거로, 연령 표시가 없을 경우 금수품목 여부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검역통과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한·미간 협의를 통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농식품부는 수입위생조건 입안예고 기간 중 접수된 334건의 의견및 이의신청에 대한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개정의견을 낸 단체 중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광우병 위험물질까지 수입을 허용해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의 연장선에 있는 쇠고기 협상은 잘못된 협상인 만큼 원점으로 돌리고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접수된 의견들에 대해선 개별회신이 원칙이나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농식품부 홈페이지에 게재할 방침이다.

서의동·이민종기자 phil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