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DJP 공동정권’ 유지하려 당시 與, 자민련에 의원 3명 꿔줘

정체성에서 거리를 보여온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공동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정당의 이익을 위한 이합집산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국회법 33조는 다른 교섭단체에 속하지 아니하는 20인 이상의 의원으로 따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고 명시해두고 있어 두 당의 합의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두 당의 합당으로 인해 선거를 통해 표현된 국민의 의사를 왜곡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두 당이 합당하지 않는 상태에서 공동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것은 의정사상 최초의 일이다. 그러나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정치적 편법을 동원한 전례는 몇차례 있었다.

지난 2000년 12월30일 당시 DJP(김대중+김종필)공조를 통해 공동정권을 창출한 자민련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17석밖에 얻지 못해 원내 교섭단체가 되지 못했다. 이에 당시 민주당은 송석찬(대전 유성), 배기선(경기 부천 원미을), 송영진(충남 당진)을 자민련에 입당시키는 ‘의원꿔주기’를 단행했다. 민주당은 “공동정권 창출과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혔지만 국민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인위적인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이뤄진 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77%가 ‘의원꿔주기’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5월에는 열린우리당 탈당그룹인 통합신당모임이 ‘중도개혁통합신당’을 창당하면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한 ‘꼼수’를 부렸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던 25명의 의원 중 민주당과 통합을 강조해 온 전병헌·이강래·노웅래 의원과 개혁 성향의 이종걸·우윤근·제종길 의원 등 6명이 신당 구성에 불참키로 해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에 1명의 의원이 모자라게 되자 유필우 의원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신당에 합류했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