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고기 협상 ‘새 국면’>버시바우 “고시연기 실망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유명환(오른쪽) 외교통상부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중앙청사별관을 방문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와 미국산쇠고기논란 해소를 위한 협의를 하고 있다. 심만수기자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대사가 3일 미국산 쇠고기수입문제와 관련한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과의 면담때 ‘한국정부에 실망했다’는 식의 전례 없는 비외교적 발언을 해 파장이 일 조짐이다. 유 장관은 쇠고기논란이 커지자 이날 버시바우 대사와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중앙청사별관에서 면담을 갖고 미국산 쇠고기수입논란이 몰고온 촛불시위 파장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한·미관계에도 좋지 않으니 고려해 달라”고 밝혔다. 특히 유 장관은 “국제기준만을 갖고 국민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으니 미육류업계가 자율적으로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한국수출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면담에 배석한 한 관계자가 전했다. 이에 대해 버시바우 대사는 “한국정부의 뜻을 본국 정부에 전달하겠지만 쉬울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장관과 버시바우 대사는 한·미양측정부 입장을 교환한 뒤 면담후 발표할 언론브리핑 내용을 조율했다. 이 과정에서 유 장관은 “미국정부에 육류업계의 자율규제를 요청했다고 밝히겠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버시바우 대사는 “그렇게 얘기할 경우 우리도 할 말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정부가 쇠고기 고시의 관보 게재를 연기한 것에 실망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측인사는 이 자리에서 “‘실망했다’(disappointed)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은 듯하니 다른 표현으로 대체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으나 미국측은 “그대로 쓰겠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시바우 대사의 이날 발언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버시바우 대사가 미국의 국익만을 대변하는 자세를 보여 유감”이라고 했고 한나라당측에서도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음은 유 장관과의 면담후 버시바우 대사가 중앙청사 별관 1층에서 기자들과 만나 10여분간 쇠고기 고시연기 등에 대해 설명한 내용.

◆ 정부고시연기 실망 = 유 장관은 오늘 면담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정부고시연기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는 이같은 조치에 대해 실망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난 4월 이뤄진 한·미양국의 쇠고기합의는 국제적인 과학기준에 부합해 이뤄진 훌륭한 것이다. 정부가 이같은 합의이행을 지연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

미국은 한국정부가 이같은 합의를 가능하면 이른 시일내에 이행할 것을 희망한다.

◆ 과학적 근거 갖고 판단하라 = 한국에서는 30개월이상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우려가 제기되며 정치적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우리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상당히 놀랐다. 지난해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밝혔듯이 미국의 30개월이상 쇠고기는 안전하다. 우리는 미국의 위생 시스템이 안전하다고 신뢰하고 있으며, 도축과정에서 엄격한 기준에 의해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도 제거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인들이 과학에 대해, 미국산 쇠고기 관련 사실에 대해서도 좀더 알게 되길 희망한다.

◆ 재협상은 없다 = 미국의 육류업자들은 2일 한국으로 수출하는 쇠고기에 대해 30개월 이하냐 이상이냐의 표시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쇠고기 구매과정에서 선택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것이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풀기 위한 긍정적 조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농림식품부장관이 밝힌 것을 완전하게 실행하도록 노력 중이다. 지난 4월 한·미양측이 합의한 기반을 바꿀 만한 어떤 과학적 정당성도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쇠고기 협상이 과학적 근거에 이뤄졌다고 보기 때문에 어떤 재협상이나 재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