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고기 협상 ‘새 국면’>李대통령 또 ‘반성문’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100일 소회는 ‘자성(自省)’이었다. 이 대통령은 3일 국무회의가 거의 끝날 무렵 “지난 100일을 되돌아보면 오늘 원래 자축을 해야하는 날이지만 자성을 해야할 점이 많다”며 “국민의 눈높이를 우리가 잘 몰랐던 점이 적지 않다. 오늘을 계기로 새롭게 시작하는 심정으로 일해달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회의내내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고, 취임 후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던 모두발언도 생략했다. 그만큼 현 상황을 중대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으로, 모든 책임의 중심에 본인이 있음을 무겁게 깨닫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문제 관련은 이 문제로 인해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며 “국민들이 걱정하고 다수의 국민이 원치 않는 한 30개월 이상된 쇠고기를 들여오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목소리에서 단호함이 느껴졌다. 그는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서민경제살리기에 대한 강조를 잊지 않았다. 그는 향후 국정의 제1 목표로 서민경제살리기를 제시한 후 “서민경제 대책 관련 유가급등 등 대외경제여건이 나빠지면서 서민생활의 주름이 깊어졌다”며 “경제살리기의 가장 중요한 점이 바로 서민경제살리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상적이고 행정적 대책에 그치지 말고 비상시기라는 인식 아래 과감하고,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라”고 내각에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가급적 공개일정을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후 100일 동안 역대 어느 대통령 못지 않게 부지런하게 일을 해 왔지만 국민들의 박수 대신 청와대 담장까지 시위대의 함성이 밀려든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너무 혼자 앞서간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말하기’보다 ‘듣기’에 집중하겠다는 각오인 것같다”며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눈높이를 맞추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수석비서관도 “요즘 대통령이 고민이 많으신 것 같다”며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고 계신 분이시니 현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정기자 ejsh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