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 ‘대폭·중폭’ 저울질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장고를 거듭중이다.

집무실 테이블에는 국정쇄신 방안, 그중 인적쇄신과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올라 있다. 세세한 국정현안까지 챙기며 말하기를 즐겨하던 이 대통령은 말수도 줄이고, 공식일정도 최소화했다. 인적쇄신은 쇠고기 파동 수습과 관련한 핵심 사안 중 하나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국가원로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전화를 돌리고, 만남 일정을 짜고 있다.

그래도 속시원한 답은 아직 얻지 못했다. 최대 고민 지점은 국민의 마음을 달랠 수 있어야 하고, 여당인 한나라당의 ‘폭넓은 개각’, ‘국회의원 다수 입각요구’ 수위를 신경써야 하면서도, 국정운영 공백은 최소화하면서 효율성, 지속성을 담보받는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절차상 난맥상 = 이 대통령이 쇠고기 민심파동의 책임 장관들을 문책한다고 해도 후임 장관 인선절차가 최대 문제다. 18대 국회가 문을 열었지만 쇠고기 파동의 여파로 여야 간에 대화는 중단돼 있다. 5일 예정된 개원식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인데 원구성 협상까지 마치려면 자칫 수개월을 기다려야 할 판이다. 청와대 정무라인 관계자는 “민심을 다독인다고 서둘러 개각 방침이나 후임 인선을 발표한다 해도 국회가 안 열리고, 인사청문회도 차일피일 미뤄지면 국정공백은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이다. 더구나 수석을 제외한 장관만 4명 안팎이 경질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국무회의를 위한 국무위원 정족수(15명)를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 매주 화요일 정례적으로 열리는 국무회의 파행이 장기화할 경우 각종 민생법령, 행정조치 등도 마비된다.

◆대폭이냐 중폭이냐 가변적 = 청와대 핵심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한승수 총리나 류우익 대통령실장은 사의를 표명하더라도 교체하지 않을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설명하며 “이제 100일동안 막 체제를 갖추고 틀을 갖춰, 본격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인데 정치적으로 교체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고 배경을 들었다. 문제 장관이나 수석인사도 중폭에 그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아 보인다. 문제는 이 정도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느냐, 이에 대해 어떤 답변을 준비할 수 있는지가 답답한 대목이다. 그렇잖아도 취임 100일을 기해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내각·수석인사 평가는 거의 낙제점 수준에 가깝다. 한나라당 박희태 전 의원도 “의원들이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으로 많이 들어갈수록 좋은 일이다. 정치인들은 민심 속에 살았기 때문에 여러 점에서 잘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일신하는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예상보다 대폭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열려 있는 이유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