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집회 탓 국회포기는 직무유기”

제18대 국회가 법적으로 임기를 시작했음에도 개원국회가 열리지 못한채 표류하자 시민단체 및 전문가들의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이들은 “장외집회를 빌미로 국회를 포기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국회 등원을 촉구했다.

박효종(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5일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쇠고기 정국을 빌미로 국회에 등원하지 않겠다는 것은 입법자로서 자신들을 뽑아준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문제가 있다면 따져도 국회에서 따져야지 촛불시위에서 따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대의민주주의 정신이라는 기본 원칙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의회 내에서 충실하게 반영해 달라고 국회의원을 뽑아준 것이다. 거리에서 대여 투쟁을 하라고 국회의원을 뽑은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이날 전화통화에서 “여당과 야당이 지금 공멸의 길로 들어가고 있다”면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아예 정치가 실종됐다는데 있다”면서 “국민의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서 국회에서 토론하고 협상해야 하는데, 그게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18대 국회 개원일이 한국 정당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후진성을 그대로 상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도철(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한반도선진화재단 법치교육연구소장 겸 한국법경제학회장 역시 “대의민주주의 정신에 따라 자신들을 뽑아준 국민을 대신해 국회에서 자신들에게 맡겨진 일을 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도리”라며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일을 해야지 거리에서 일을 하려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의원이라면 국가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할지, 지금 어려운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해야 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열심히 뛰어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한다고 시위에 나가는 것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신보영·김병채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