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조선업체들이 조선소 신·증설을 하기 위해 정부에 신청한 공유수면(公有水面) 매립신청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잉논란을 낳은 조선업‘올인’투자 열기가 이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향후 해운·조선경기 하락때 큰 후유증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6월에 ‘중앙연안관리심의위원회’를 열어 매립신청규모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10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1~4월에 국토해양부에 접수된 공유수면매립신청은 1690만㎡(511만평)에 달했으며, 이가운데 조선소용 신청면적은 1496만㎡(452만평)로 무려 88.5%를 차지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조선소의 면적을 합한 규모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조선용지 신청지역은 경남의 하동, 사천, 남해, 통영, 진해, 마산, 거제와 전남 신안, 고흥, 광양 등을 중심으로 몰렸다. 이들 지역에는 성동조선해양(통영), SPP조선(사천), SNC조선해양(광양), 대한조선(해남), 신안중공업(신안) 등이 조선소를 가동하는 등 중소형 조선소의 신·증설이 집중되고 있다.
조선소 신·증설 욕구가 분출하고 있는 것은 국내 조선업계가 조선경기 호황으로 4년치 일감을 확보할 정도로 순항하고 있기 때문. 특히 어촌경기가 퇴조하면서 지역경제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는 연안지역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지역경제활성화를 내걸고 조선소 용지 공급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이 당장은 호황일지 모르나 원자재인 후판이 연 300만t 가량은 부족할 정도로 공급이 원활치 않다”면서 “여기에 2010년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선박 수주의 침체 등이 가시화되면 과당경쟁으로 선박가격이 떨어져 채산성 악화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조선 불황이 닥치면 1989년 업황 부진으로 설비증설 규제, 업체간 인수·합병(M&A), 자체 구조조정 등을 취했던 ‘조선산업합리화조치’의 어두운 그림자가 다시 나오지 말란 법이 있느냐”고 말했다.
지경부, 기획재정부, 국토부, 환경부, 농식품부는 이같은 조선업 경기 전망과 국내 투자현실을 종합해 6월중 매립신청건 허가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한흥교 국토부 연안계획과장은 “매립신청을 모두 허가할 수는 없다”면서 “관계기관끼리 협의 일정을 조율하고 있으며 의견을 종합해 연안관리심의위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민종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