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不信’을 넘어 ‘疏通’의 시대로>‘가족간 소통’ 이러면 어떨까요

공무원 박모(여·51)씨는 매일 출근 전에 자녀에게 보내는 편지를 작성해 왔다. 박씨는 편지로 숙제검사를 비롯해 조언 등을 하면, 자녀들도 편지로 화답하기를 10년이 넘게 반복했다.

바쁜 사회생활과 학교생활로 인해 부족한 대화시간을 글로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박씨의 편지쓰기 운동은 주변 동료에게까지 확산됐다.

대화와 소통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소통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가족정책과는 전국의 학교, 지역 복지관 문화센터와 함께 부모교육, 아버지 교실을 실시한다. 건강가정지원센터와 기업간의 연계를 통해 직장인 아버지를 대상으로 가족과의 대화기술과 일상생활에서 아이들과 효과적으로 대화하는 방법 등이 강연될 예정이다.

또 복지부 가족지원과에서는 학부모 저녁 모임을 운영한다. 맞벌이 가족이 많은 점은 감안해 기존의 전업주부 중심의 학부모 모임과 달리 일과시간 이후인 오후 7∼8시쯤을 이용, 직업을 가진 남성과 여성 학부모의 참여를 확대해 중·고등학생 자녀와의 의사소통방법을 가르쳐준다. 이 사업은 복지부와 교육청이 공동으로 추진해 올해 안으로 10개교에서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이외에 아버지들의 자발적인 육아참여를 높이기 위해 가장 아이와 잘 노는 아빠를 선발하는‘아빠 놀이왕 대회’도 올해 5월 시작이후 정기적으로 매년 개최된다. 또 지난해 국가청소년위원회에서는 TV, 컴퓨터, 휴대전화 등을 자제하는 ‘e-미디어 다이어트 운동’을 진행해 가족간의 소통을 높이는 결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TV 안보기 시민모임’을 이끌고 있는 서영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가족의 부족한 대화를 위해서는 매체와의 접촉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서 교수는 “TV, 스크린 및 인터넷을 비롯해 휴대전화까지 많은 기계들이 가족들과의 대화시간을 줄이는데 일조한다”며 “하루에 두세시간만 이들 매체에서 벗어나 가족과 대화하라”고 강조했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서 교수는 “대화도 좋지만,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면 도움이 된다”며 “집에서 키울 수 있는 채소나 과일을 활용하거나, 캠핑, 박물관, 공연장 등을 함께 이용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공원에서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줄넘기, 배드민턴, 그림그리기 등도 가족과 할 수 있는 중요한 소통”이라며 “평소 시간이 없다고 미뤘던 것들에 시간을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이용권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