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시위대 일반시민 거의 없어

“민주자유국가에서 정당한 법적 절차를 받아 나오는 수입화물을 막는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당연히 업무방해나 공무집행방해로 엄벌을 해야 합니다.”

부산지방변호사 소속 한 변호사는 “수입 및 유통업자도 입장이 있는데 노동단체에서 노동자들의 권익과 악법 개정 등을 위해 투쟁하지는 않고 상관도 없는 쇠고기 반출저지에 총력투쟁을 선언해 재산권침해를 한다는 것은 무법천지시대나 가능한 일”이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이같은 일반시민들의 여론을 반영하듯 부산, 대구, 광주 등 지방에서는 촛불집회와 미국산 쇠고기 반출 투쟁에 대한 동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26일 오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부산항 감만부두 앞 미국산 쇠고기 반출 저지 투쟁에 나선 사람들은 100여명에 불과했다. 당초 예상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26일 오후 도심에서 촛불문화제를 마친 사람들과 합류해도 채 300명이 넘지 않았다. 27일 오전에는 50여명만이 감만부두 앞에 모여 다시 강력투쟁을 외쳤지만 열기가 별로 없다.

지난 6월중순까지 촛불집회에서 한때 수천명에서 2만명까지 모였던 상황과는 크게 대비된다. 구성원들도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부, 화물연대 간부, 산하 기업 노조위원장, 50여개 시민단체 지도부, 일부 대학생들뿐이다. 과격시위 등의 혐의로 경찰과 충돌해 연행됐다가 풀려난 사람들도 민노총 산하 화물연대 본부장, 중소기업 노조위원장 등 2명이다. 일반시민들의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의 촛불집회와 미국산 쇠고기 반출투쟁을 바라보는 대다수 일반시민들은 “말없는 다수의 입장은 소외되고 일부 과격한 행동에 나서는 사람들의 입장만 알려지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부산 등 지방은 지난 6월10일 6·10항쟁 21주년을 기념해 이명박 대통령의 여러 가지 문제와 쇠고기 문제 등을 성토하면서 일반시민들이 대거 참여해 2만명을 넘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 담화 이후 4~5일동안은 수백명 수준을 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촛불집회에 간간이 참석해 왔던 시민 김모(35·자영업)씨는 “부산 등 지방의 경우 대통령이 할 만큼 했고 미국과 수입 쇠고기 문제에 대해 재협상에 가까운 추가협상을 해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해 이제 촛불집회에는 참석하지 않고 생업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찰관계자는 “지방은 쇠고기 반출저지 등의 상황이 없어지면 더욱 명분이 없어 시위 참가자가 급격히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서울도 폭력시위자와 순수 시민 촛불집회 참가자로 완벽히 구분돼 이번 주말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에서는 40여일 이상의 그동안 촛불집회에서도 참가자들이 과격한 행동은 물론 전면도로점거 등도 자제하고 경찰도 과격행동을 유발하지 않아 대부분 평화시위로 끝나 서울과 큰 대비를 보이고 있어 현재 촛불집회는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부산 = 김기현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