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시위에 서울도심 ‘흉터 투성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시청 앞 잔디 교체 30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한 용역사 직원들이 최근 불법·폭력시위로 훼손된 잔디의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 곽성호기자

서울 광화문~서울시청 일대 세종로와 태평로, 종로 등이 연일 불법 폭력시위의 현장으로 전락하면서 거리 곳곳이 상처로 멍들고 있다. 올해부터 서울시 주도로 세종로사거리 주변에 광화문 녹지 조성 공사가 계속돼 왔지만, 두 달 가까이 밤낮으로 계속되는 시위 탓에 ‘아름다운 거리’, ‘걷고 싶은 거리’가 언제쯤 만들어질지는 기약할 수 없게 됐다.

30일 오후 서울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빌딩 앞 버스 승강장은 시위대가 써 놓은 형형색색의 스프레이 낙서로 얼룩져 있었다.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한 크기로 ‘폭력경찰’, ‘MB와 조중동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등의 낙서가 가득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글귀가 담긴 ‘헌법 제1조’ 스티커들도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서울 중구청에서 나왔다는 한 용역직원은 “이곳 버스 승강장 낙서를 지우는 일만 벌써 4번째”라며 “오늘 여기에 새로 광고가 들어가야 하는데 시위대들이 이렇게 낙서를 해 놔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위대의 기물 파손 및 점거 가능성에 대비, 불가피하게 관리직원들의 퇴근시간까지 늦췄다는 파이낸스센터빌딩 관계자는 “시위가 두 달째 이어지면서 빌딩 앞 화단이 다 망가지고 건물 벽은 시위대들이 붙인 스티커로 가득하다”며 “아침마다 미화원들이 스티커 떼내고, 쓰레기 더미 치우다 볼 일 다 본다”며 하소연했다.

시위대가 지나간 도심 차로의 상황은 더욱 한심하다. 이날 서대문에서 광화문 방향의 광화문 오피시아 빌딩 앞 콘크리트 차로에는 2개 차선을 다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협상 무효, 고시 철회, 쥐박에게 쥐약을’이라는 스프레이 글씨가 쓰여 있었다. 인근 공중전화 부스에도 ‘미친 고기 먹고 미치면 치료와 약이 없다’는 등의 낙서와 시위대가 쓰고 버린 양초와 종이컵, 각종 피켓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서울 정부중앙청사로 가는 골목길 주변 가게들의 입간판 등은 심하게 부서지거나 래커가 칠해져 있었다. 골목을 차단한 전경들과 시위대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엉뚱한 불똥이 튄 것이다. 시위대가 파손한 세종로사거리 인도의 보도블럭은 산산조각난 채 나뒹굴고 있었다. 태평로의 중앙분리대도 아예 뽑히거나 꺾인 게 부지기수다.

특히, 경찰이 차벽을 세우고 저지선을 쳤던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이나 태평로, 세종로 일대에는 바퀴 바람이 빠지고 창문이 깨진 채 스프레이 낙서로 뒤덮인 경찰버스가 10일 넘게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마치 수십년 된 고물차를 연상케 하는 이들 버스는 ‘지금은 시위 중’임을 침묵으로 말하는 듯했다. 시위의 주무대인 서울광장은 잔디가 다 뽑혀져나가 하이힐을 신고 지나는 여성의 구두굽이 푹푹 빠질 정도다.

조민진기자 wayto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