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업자들 “분위기 안좋다” 눈치보기

부산항 장치장 및 주변 냉동창고에 보관 중인 미국산 쇠고기의 반출이 계속 늦어져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다.

현재 부산항 감만, 신선대부두 등 6개 장치장 및 냉동창고에 보관 중인 쇠고기 물량은 3300t으로 경기도의 1900여t보다 훨씬 많은 대규모 물량이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쇠고기 반출 고시이후 일주일이 다 되도록 현재 반출이 확인된 것은 40여t 분량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물량의 1~2% 수준에 그치는 미미한 양이다.

일단 외부적인 이유는 민주노총 등의 쇠고기 부두 밖 반출저지투쟁 때문이다. 그러나 민노총의 저지투쟁은 지난주 반출초기 미국산 쇠고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운송차량을 저지하다 경찰의 원천봉쇄로 무위로 돌아간 뒤 동력이 급격히 저하된 상태다. 민노총은 저지인원이 수십명에 불과할 정도여서 경찰에 대한 대응이 현실적으로 어렵자 선전전만을 진행하는 등 사실상 반출저지 실력행사를 포기한 상태다.

따라서 반출저지는 표면상의 이유이고 주요 원인은 수입화주들의 극심한 눈치보기 때문이라는 것이 유력하다. 최근 대규모 촛불집회 등으로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 일단 경기도에 보관 중인 일부 물량이 유통됐을 경우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켜보자는 것이다. 보통 수입쇠고기는 40피트 기준 대형 냉동 컨테이너(일반 컨테이너의 2개분량)로 운송, 보관하는 데 한 달에 전기세 등 보관료만 무려 170만~230만원에 달한다. 따라서 컨테이너 1개에 보관하는 쇠고기량 17~18t만 해도 10개월 동안 검역이 중단, 보관됐으므로 보관료만 평균 2000만원을 물어야 한다.

부산세관 관계자는 “지금 부산항에 있는 물량은 수도권 화주들이 수입하기 위한 과정에서 갑자기 검역이 중단된 운송과정의 중단사태로 보면 된다”며 “이 쇠고기는 반출돼도 보관료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보거나 이득을 남기기 어려 울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미 많은 피해를 본 상황에서 조금 더 기다리는 것은 별 문제가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수입업자들은 이번 물량보다는 향후 쇠고기의 본격 수입에 대비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에 나서거나 아예 기피하는 등 반응이 좋지 않으면 향후 수입물량까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또 이 쇠고기들은 대부분 소유자가 수도권에 있어 경기도 국립수의과학 검역원에서 검역을 마쳐야 하므로 경기도 물량의 검역 이후에 천천히 대기하면서 검역을 기다리는 것도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경기도 물량 중 첫 유통된 쇠고기가 저렴한 가격때문에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2~3일 내에 부산항 보관 쇠고기의 반출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부산 = 김기현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