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즉각 사과·유감 표명 않고 해명 요구해야 ‘뒷북 수용’

금강산 관광 개시 10년 만에 관광객 피격사망사건이 발생,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북측은 사건 발생후 금강산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에 대해 사과 및 재발방지약속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우리측에 사과를 요구하고 있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과거 남북관계를 돌아보면 북한은 도발을 해놓고 곧바로 사과를 하거나 유감표명을 한 적이 없다. 사건 발생 후에는 오히려 더욱 강경하게 상대를 몰아세우며 공격을 강화하는 적반하장식 반응을 펴왔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미국 등 우방국과 함께 북측의 도발에 대해 일관되게 사과 및 해명을 요구할 경우 이를 직간접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온게 특징이다. 특히 김대중정부때 남북간 핫라인이 생기면서 우발적인 도발행위에 대해선 상호간에 핫라인을 통해 이견을 해소하는 사례가 있었던 경우도 있다.

박정희시대때 발생한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은 1976년 8월 판문점에서 시야를 방해하는 미루나무를 미군측이 도끼로 베려하자 북측군인들이 도끼로 미군들을 살해하면서 시작됐다.

이 사건으로 미군 장교 2명이 사망했고 수십명의 한·미장병들이 중경상을 입었다. 당시 미군측은 폭격기 및 7함대 항공모함을 한반도로 배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긴장한 북측은 김일성 당시 주석 명의로 유감표명을 했고 재발방지 약속을 했다.

강릉잠수함 침투사건은 김영삼정부때인 1996년 9월 북한인민군 총참모부 정찰국 소속 군인들이 강릉앞바다 정찰활동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 기관고장을 일으켜 표류하면서 발생했다. 북한잠수함은 좌초되어 침투요원들이 육지로 탈출했고 군경합동체포소탕작전을 통해 13명을 사살함으로써 종결됐다.

북측은 당시 침투요원과 잠수함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다 한·미양국의 강력한 대응의지에 부닥치자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유감 및 재발방지 약속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북한은 외무성대변인은 성명(96.12.30)에서 “막심한 인명피해를 초래한 잠수함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그러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북한의 사과성명을 얻어낸 것은 김영삼정부와 빌 클린턴정부가 3개월간 대북압박공조를 한 덕분이었다는 게 당시의 일반적 평가다.

김대중정부때 발생한 1·2차 연평해전에 대해 북측은 공식 사과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1차 연평해전때 극심한 피해를 입었던 북측은 2차 연평해전이 발생하자 곧바로 남북간에 마련된 핫라인을 통해 “우발적인 사건”이라는 뜻을 곧바로 알려왔고 남북양측은 확전을 피했다. 김대중정부의 외교안보고위당국자는 14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2000년 남북정상회담때 남북정상이 남북간에 일어나는 우발적인 충돌 및 사고를 피하기 위해 핫라인을 개설키로 했고 이것이 지속적으로 운영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금강산 관광객피격 사망사건에 대해서도 북한은 사건의 전모에 대해 상세하게 밝힌뒤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해야한다”면서 “2000년 당시 개설된 핫라인을 다시 활용해 남북양측이 빨리 비공개 접촉에 나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