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자체법’으로도 과잉대응

금강산 관광객 고(故) 박왕자(여·53)씨 피격 사망 사건은 남북간 합의서는 물론 북한에서 자체 제정한 국내법에도 어긋나는 과잉대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현대아산 등에 따르면 북한의 ‘금강산관광지구법’ 19조 5항은 관광객이 지켜야 할 사항으로 ‘관광지구관리기관이 정한 출입금지 또는 출입제한 구역에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28조는 ‘이 법을 어겨 관광지구의 관리운영과 관광사업에 지장을 준 자에게는 정상에 따라 손해보상과 같은 제재를 줄 수 있다. 정상이 엄중한 경우에는 추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이 법에 비춰보면 박씨가 출입금지구역인 군사통제구역을 넘어선 것은 북한법을 어긴 행위인 것은 맞지만 법에 따르면 위법행위에 대한 조사 뒤 손해보상이나 심한 경우 추방조치를 취하면 되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같은 장소에서 산책에 나섰다가 출입금지구역에 들어갔던 김홍술(52) 목사 역시 북한군 병사 2명에게 억류됐지만 조사를 받고 20분 뒤 풀려난 바 있다.

북한의 ‘금강산관광지구법’은 금강산 일대 관광 개발을 위해 북한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2002년 11월 제정했고 2003년 4월 일부 조항을 수정한 바 있다. 법에 딸린 실무규정인 ‘금강산관광지구 출입, 체류, 거주규정’ 역시 26조에서 ‘관광지구 밖을 출입할 경우 관광지구에서 관광지구 밖의 공화국령역으로 가려는 자는 사증을 발급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2004년 1월 남북이 체결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는 10조에 ‘북측은 인원의 신체, 주거, 개인재산의 불가침권을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법질서를 위반하였을 경우 이를 중지시킨 후 조사하고 대상자의 위반 내용을 남측에 통보하며 위반 정도에 따라 경고 또는 범칙금을 부과하거나 남측 지역으로 추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일반적으로 국내법보다 국제법이 더 상위조항이기 때문에 합의서 내용이 우선시되는 것이 맞지만 자신들이 정한 법률 내용으로 보더라도 이번 사건은 법을 넘어선 과잉대응”이라고 말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도 “합의서 내용을 적용하든 다른 법을 적용하든 민간인인 박씨에게 총격을 가한 것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김남석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