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윤만준사장, 사고현장 직접 실측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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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는 열릴 것인가?’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 해결을 위해 방북 중인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의 복귀가 당초 예정보다 늦춰지면서 북측의 사건조사 협조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북측과 접촉해온 윤 사장이 15일 오후 2시 귀국예정이어서 이번 사건의 핵심 물증 중 하나인 폐쇄회로(CC)TV 테이프를 들고 올지 주목된다.

(문화일보 7월14일자 1면 참조)

15일 현대아산에 따르면 CCTV는 10m 높이에 고정된 채 산책로로부터 30∼45도 각도로 현대아산이 관리하는 해변을 향하고 있다. 이 CCTV는 SOC4204모델로 현대아산측이 프리마1212DVR 저장장치와 함께 지난 2005년 정부의 승인을 거쳐 북측에 제공한 것이다.

이 CCTV모델은 비교적 최신 장비로 파악되고 있다. 일반적인 CCTV의 제원을 감안할 때 북에 설치된 CCTV 촬영각도는 70도 정도이며 줌 기능을 갖췄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이 각도면 고정된 것을 감안할 때 피해자 박왕자(여·53)씨가 북측 관리 구역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담겼을 가능성이 높지않아 총격사건 모습이 담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CCTV 테이프에 녹화내용이 공개된다고 해도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새벽에 일어난 사건이어서 카메라 랜즈가 적은 빛의 량에도 화상을 정확히 잡아내는 저조도랜즈가 아닐 경우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러나 이 CCTV에는 박씨의 사고당일 경로가 담겨있을 가능성이 커 사건을 추론할 다양한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북한은 박씨가 사고 당일 해변 모래사장을 약 25분 만에 3.3㎞를 이동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경치를 구경하려는 50대 여성이 치마를 입은 채 모래사장을 그토록 빠르게 이동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지적이다.

당일 CCTV에 박씨의 산책하는 모습이 잡혔다면 이 같은 북한의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방증할 자료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이 모든 것이 CCTV에 관련 화상이 남겨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추정이다. 일반적으로 1주일간의 녹화내용이 저장되지만 북한의 경우가 과연 1주일치 녹화분량을 제대로 보관했는지도 의문이다.

현재 14일 오후 5시 복귀 예정이었던 윤 사장 일행이 서울로 귀경 직전 돌연 “계속 협의할 부분이 있다”며 북 체류를 연장한 상태다. 윤 사장은 그동안 하루 한 차례 이상 북측과 협의를 계속했고 CCTV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주변에서는 “합동조사단 구성 등의 실마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등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도 “협의 내용은 전달받지 못했지만 뭔가 이야기가 되고 있어 늦어지는 게 아니겠냐”고 기대했다. 윤 사장은 이르면 15일 오후 돌아올 예정이다. 그의 가방에 무엇이 들었을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오늘중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대북접촉을 시도할 예정”이라면서 “일단 북측과 전화통화를 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전화통지문을 받으라는 통지문을 보내기 위한 접촉”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금강산을 방문 중인 윤만준 현대아산사장이 14일 사건 현장에 대한 실측을 실시했다”면서 “오늘중 윤 사장이 들어오는대로 정확한 사건경위 등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보영·감남석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