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5개월간 유야무야 사실상 ‘백지화’

남북한이 지난 2월 금강산에 관광관리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지만, 지난 2월 말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사실상 ‘백지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합의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남·북은 이 문제에 대해 전혀 논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15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남북한은 지난 2월5일 북한 개성공단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 실무접촉을 하고, 이른 시일내에 ‘금강산 관광지구 관리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채택했다. 이 관리위원회는 금강산에서 빈발해지고 있는 사건·사고 처리 및 관광객 안전과 시설물 관리를 위한 기관으로, 이달 중 완공되는 이산가족 면회소와 소방서도 당시 논의에서 함께 진행됐던 사안이었다. 실제로 금강산에서는 1998년 관광이 개시된 이래 지금까지 총 12건의 사건·사고로 총 5명이 숨졌으며, 심장질환과 뇌졸중 등 지병으로 숨진 관광객도 총 17명에 달할 정도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그동안 금강산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사업자인 현대아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오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2002년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법’을 발표한 이후 북측에 관리위원회 설치를 강력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06년, 2007년에는 관광위원회 설치를 위한 예산을 책정해놓기도 했다. 결국 그동안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온 북한은 관광객 안전과 시설물 관리 등의 필요성에 어느 정도 인식을 같이 하면서, 지난 2월 관리위원회 설치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남북은 지난 2월 설립에 합의해놓고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6개월 동안 한번도 이 문제를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이 안전교육과 관리 부실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이 위원회는 개성공단관리위원회처럼 ‘반(半)기관, 반(半)민간’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만일 조기에 설치가 됐다면 이번 사건에서 일정 역할을 했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