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젊은층 표심 겨냥한 ‘깜짝카드’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29일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부통령으로 지명하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AP통신, CNN 등 미국 언론들은 “의외의 후보”라는 반응이다. 이는 페일린이 그만큼 매케인이 꼭꼭 숨겨놓았던 ‘깜짝카드’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대선을 67일을 앞둔 이날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 조지프 바이든과 공화당의 존 매케인 - 새라 페일린이 정면 승부에 나섰다.

◆ 왜 페일린인가 = 매케인이 부통령 후보로 여성인 페일린을 택한 것은 오바마가 당내 경선 과정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 여성표에서 밀린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선 이후 여전히 오바마에게 적극적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는 클린턴의 극성 지지자들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부통령 후보이자 공화당의 첫 번째 여성 부통령 후보라는 상징성 또한 오바마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페일린 후보의 나이가 올해 44세로 오바마보다도 3살이 적다는 점은 이번 대선에서 세대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될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매케인이 72세의 나이로 오바마보다 25살이나 많아 그동안 고령 논란에 시달려왔기 때문에 젊은피 수혈을 통해 이를 해소하려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페일린이 매케인과 비슷하게 당내에서 ‘무소속’으로 불리는 개혁주의자라는 점도 작용한 듯 보인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30일 “오바마가 외교안보 분야의 경험이 풍부한 바이든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한 것과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매케인은 72세 생일을 맞은 29일 페일린과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첫 공동유세를 벌였다.

◆ 불꽃 튀는 접전 예상 = 공화, 민주 양당의 대통령, 부통령 후보가 결정됨에 따라 이번 대선은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치열한 접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후보의 경우 매케인은 올해 72세 백인이고, 오바마는 47세 흑인이라는 점에서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백 대결, 세대간 대결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또 44세의 젊은 여성 페일린 주지사와 ‘외교안보통’으로 6선의 정치 관록을 자랑하는 바이든이 맞수를 이룬 부통령 후보들은 세대간 대결은 물론, 성(性) 대결도 벌이게 됐다.

◆ 페일린은 누구인가 = 페일린은 아이다호주 샌드포인트에서 출생, 유아 시절 알래스카로 옮겨가 성장한 뒤 아이다호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기자 출신이다. 알래스카 와실라시 시의원, 시장을 거쳐 2006년 알래스카주 최초의 여성이자, 최연소 주지사로 당선됐다.

남편은 에스키모족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5명의 자녀를 둔 가정주부이기도 한 페일린은 주지사로 재직하면서 80~90%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왔다. 낙태에 반대하며 재정 지출 및 사회적 이슈에선 보수주의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