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 한마음… 사랑으로 따낸 금메달

사랑 앞에는 ‘장애의 높은 벽’도 한없이 낮아지는 것일까. 제13회 베이징장애인올림픽 대회 나흘째 사격에서 쏟아져 나온 2개의 금메달이 모두 ‘사랑의 힘’으로 명중시킨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9일 화약소총 50ｍ 3자세에서 합계 기록(676.9점)으로 장애인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한국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이윤리(34·전남일반)의 곁에는 본인이나 대회 관계자 못잖게 기뻐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동갑내기 연인이자 사격인생 동반자인 이춘희였다. 이춘희씨는 이윤리를 2006년 1월 처음 만났다.

특전사 저격수 출신인 이씨는 군 복무 중 당한 부상으로 제대 후 대전보훈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여기에서 당시 사격에 막 입문하려던 이윤리를 보고 첫눈에 반한 것. 이후로 이씨는 화약총 전문가로서 이윤리의 연습에 많은 도움을 줬고 자연스럽게 사랑을 키워갔다. 베이징까지 동행, ‘천생연분’의 금메달 획득 순간을 지켜본 이씨는 “금메달을 따면 청혼하려고 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정식으로 멋지게 청혼할 것”이라고 활짝웃었다.

사격 혼성 10ｍ 공기소총에서 한국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긴 이지석(34)씨의 사연 역시 한편의 감동드라마다. 이지석은 7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완전 마비되고 상체 일부만 움직일 수 있는 중증장애인. 혼자서 소총을 들 수도 없고 약실에 실탄을 넣을 수도 없는 처지다. 그래서 아내인 박씨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이날 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씨는 한발한발 실탄을 넣어주며 남편 이씨의 선전을 기원했고, 이씨는 그같은 아내의 기도에 금메달로 보답했다.

이들은 이지석이 2001년 9월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뒤 힘겨운 재활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운명적으로 만났다. 간호사였던 박씨는 이지석의 재활 과정을 보면서 사랑을 느꼈고 결국 2006년 결혼했다. 어렵게 임신에도 성공, 박씨는 6개월 된 아이를 품고 있다.

박씨는 “대회에 오기 전 태어날 아기에게 몸은 불편하지만 자랑스러운 아빠와 엄마가 되자고 약속했다. 메달을 떠나 최선을 다하면 아이에게 자랑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 너무 행복하고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지석은 “아내는 제가 항상 이렇게 행복한 사격을 할 수 있게 행복이라는 연료를 제공해주는 사람”이라고 부부애를 과시했다.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