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 ‘에어컨 전파’ 파문>음식물에 ‘식중독 균’ 뿌려댄 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에어컨을 통한 식중독 전염 보고는 경북 상주시 S여고가 최초 사례다. 보건당국도 최초 감염 의심자 발병후 13일째가 돼서야 원인체를 밝혀낸 만큼 역학조사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최초 감염 의심자가 발생한 것은 2008년 5월19일. 이 학교 2학년 학생이 설사 복통을 호소하며 양호실을 찾았다. 23일까지 19명의 감염 의심자가 발생, 학교측은 상주보건소에 첫 신고를 했다. 24일 상주보건소는 학생 및 교직원과 식재료, 조리기구 등을 대상으로 병원성대장균과 비브리오균 등 세균 5종을 조사했으나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26일 식중독 환자 수는 142명으로 최종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27일 역학조사팀을 파견해 경북 보건환경연구원, 상주보건소와 합동으로 바실루스 세레우스와 살모넬라 등 세균 10종과 노로바이러스 등 바이러스 5종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21일 점심과 저녁에 제공된 두 가지 반찬에서 바실루스 세레우스가 발견됐고, 환자들의 배변 검사에서도 같은 균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다. 원인균은 나왔지만 오염원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일 식재료를 사용하는 인근 S중학교에서는 식중독이 발생하지 않은데다, 주방과 식당 등 주변에서 바실루스 세레우스가 검출되지 않은 것이다. 식중독균의 오염원이 밝혀지지 않자 조사팀은 조리사들과 학교 관계자 등 면담을 실시했고 이를 통해 중요한 두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하나는 바실루스 세레우스가 발견된 두 가지 반찬인 가지고추찜과 열무무침이 21일 각각 점심과 저녁 식단으로 제공된 것. 두번째는 두 음식을 식히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이동식 에어컨을 사용했다는 것. 조사팀은 31일 이동식 에어컨이 오염원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식당내 일반 에어컨 2대와 냉장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였다. 검사 결과 이동식 에어컨의 배기구와 토출구에서 원인균인 바실루스 세레우스가 검출됐다.

이에 따라 조사팀은 보고서를 통해 자연계에 존재하는 바실루스 세레우스가 학교 급식식당내 이동식 에어컨에서 아포를 형성하고 있다가 음식을 식히는 과정에서 음식으로 전파돼 식중독을 일으켰다고 규정했다. 조사팀은 이어 “학교급식소나 기타 조리작업장에서 이동식 에어컨의 청소 및 소독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식수 및 식재료 냉각 용도로는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임두성 의원은 “에어컨이 깨끗하지 못하면 언제든 각종 세균과 대장균의 전파통로가 될 수 있어 식당이나 집단급식소에 설치된 에어컨에 대한 정기점검이 필요하다”며 “특히 조리식품 냉각 등 다른 용도로의 사용을 자제하고 에어컨으로 인해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려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특히 “노로바이러스 등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식중독 사고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각 부처별 식중독 대응지침을 일원화해 즉각 대처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만기자 sa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