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大혼돈’>‘대외채무 지급보증’ 美·유럽과 비슷

정부가 은행의 대외채무를 보증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금융시장 대책을 내놓는 등 한국 정부도 최근 미국과 유럽 등의 구제금융 조치에 보조를 맞추며 국제적인 정책공조체제에 합류했다.

정부는 그러나 19일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 종합대책에서 미국의 구제금융 3대 기본조치 가운데 은행 간 대출보증 이외에 증자와 예금보장 한도 확대는 제외했다. 또 정부가 기업은행에 1조원 규모의 현물을 출자하기로 했지만 이는 건전성 악화에 따른 자본확충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위한 것으로 선진국들의 구제금융안과 차별된다.

은행 대외채무 지급보증과 유동성 공급 등 조치는 미국이 지난 14일 발표한 ‘한시적 유동성 보장 프로그램’(TLGP)이나 유럽 각국이 13일 내놓은 은행 간 채무보장과 유사한 조치다. TLGP의 경우 미국의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한시적으로 금액에 관계없이 은행과 저축은행, 은행지주회사가 발행하는 신규 선순위 무보증채권과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당좌예금 등에 대해 100% 지급을 보증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독일과 프랑스 역시 은행 간 대출 보증에 각각 4000억유로와 3200억유로를 투입키로 했다. 이밖에 스페인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호주 등도 은행 간 대출 보증에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당초 은행권 채무 보증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정부는 이처럼 주요국 정부가 잇따라 은행 간 차입에 대한 보증에 나섬에 따라 국내 은행들이 해외자금을 들여 올 때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입장을 바꿨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각국 정부가 은행 간 차입에 대해 보증에 나서고 있어 국내 은행들이 해외자금 조달시 반사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대외채무 보증에 나섰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원키로 한 보증규모 1000억달러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10.4% 수준으로 이는 스페인(9.38%)보다 다소 높지만 영국(15%), 독일(16.27%), 프랑스(16.8%) 등 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이수진기자 lul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