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大혼돈’> 정치권, 지금이 어느 땐데…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전세계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 국회는 여전히 나몰라라 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 19일 정부가 내놓은 은행 외화채무 지급보증안을 1주일 지난 뒤에나 논의를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지급보증안의 이날 상임위 처리를 희망하고 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도 은행 자구책 강화 등 대책보완을 주문하고 있어 이날 중 재정위 처리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민주당 일부 강경파들은 지도부의 지급보증안 처리 합의 자체를 문제삼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가 금융위기에 신속히 대처하는데 한국만 정부부터 국회까지 미적대면서 대응시기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외국 정부의 발빠른 대응 = 영국은 지난 8일 2500억파운드를 은행 채무 지급보증에 투입키로 했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도 13일 각각 4000억유로, 3200억유로, 1000억유로의 지급보증 계획을 내놓으며 영국의 뒤를 따랐다. 앞서 호주와 뉴질랜드는 12일 예금자의 예금 전액을 3년간 지급보장해 주고 금융기관이 해외 자금을 조달할 때 이를 지급보증하는 내용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동시에 발표했다.

미국도 14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은행 간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선순위 무보증채권과 당좌거래 지급을 한시적으로 보장하는 ‘한시적 유동성 보장 프로그램(TLGP)’을 발표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했지만, 한국 정부는 19일에야 이와 비슷한 대책을 내놓았다.

◆뒤늦은 대책, 국회에서도 지연되나 =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재정위에서 지급동의안을 처리하고 신속하게 국회 처리절차를 마무리하라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라며 “세계가 은행 지급보증안에 신속히 대처하는 판에, 한국 민주당만 경제적 위기를 정쟁으로 몰고가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비난했다. 재정위 김광림(한나라당) 의원도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상황이 좋아지고 있으면 이것저것 따져보겠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까지의 정책실패에 대한 사과와 국정의 일대 쇄신이라는 정부의 자기 희생이 있어야 한다”며 “지도력의 요체는 자기 희생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최소한의 자기 희생도 없이 야당의 초당적 협력과 국민 분발만 촉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정위 강봉균(민주당) 의원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개인끼리 빚보증을 서줄 때도 갚을 능력이 되는지, 어떤 식으로 갚아나갈 것인지 설명부터 듣지 않느냐”며 “동아시아 어느 나라도 지급보증을 안 하는데, 한국만 지급보증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정부가 설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