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위기 중대 기로>“투자심리 개선 효과… 증시 반등 기대”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요동치던 국내 주식·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외환시장 불안이 국내 경제전반을 흔들어 놓는 경제 최대 변수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이번 계약으로 외환 유동성 위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던 투자자들의 투자심리 개선에 큰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30일 주식시장은 급등세를 보이고,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원·달러)환율은 뚝 떨어지면서 금융시장이 급속히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0일 주요 증권사들은 국내 증시가 외환시장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은 외환시장 안정을 통한 주식시장의 투자심리 개선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은행업종의 경우 외화유동성 문제가 최근 주가 폭락의 큰 원인이었기 때문에 통화스와프로 달러공급이 원활해질 수 있다.

또 외환시장이 안정되면 물가안정을 유도할 수 있어 정부 당국의 은행채 직접매입, 건설사 구제 방안 등 당면한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달러부족 현상이 일정 부분 해소되고 증시의 반등 가능성도 커졌다”며 “환율 안정은 정부 정책운용의 폭을 넓혀줘 금융권과 건설업계 등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증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은행주 폭락을 초래한 은행권의 외화유동성 문제나 외화채권에 대한 신용도 하락 등에 대한 불안심리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계약으로 300억달러의 큰 규모 달러 조달과 함께 부차적인 제반조건이 없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라는 지적이다.

고유선 대우증권 연구원은 “300억달러는 2007년 경상수지 흑자액의 5배, 외환보유액의 13%, 국내은행 단기차입금의 53%에 달하는 규모로 예상했던 금액보다 훨씬 크다”며 “또 외환위기 재발 우려로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이번 계약으로 원화가치 안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한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코 관련해서 영업외적으로 환율급등으로 피해를 봤던 중소기업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며 “키코 관련해서 주가가 폭락했던 기업들이 이번 통화스와프로 기대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증시 급락의 주원인이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였음을 볼 때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자체로 증시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주장도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외환시장 안정은 긍정적이지만 그로 인해 주가가 과연 오를 것이냐는 별개의 문제다. 전날 원·달러 환율이 내려갔지만 증시는 하락했다”고 말했다.

김석·박민철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