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위기 중대 기로>금융감독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그동안 파생금융상품 시장을 키우는 데 열을 올리던 금융감독당국이 환율 급등으로 중소 수출업체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뒤에야 이들 상품에 대한 대책 마련에 착수,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파생상품 합동대책반은 5일 고위험 파생금융상품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최근 외부 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했으며 이달 말쯤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파생상품 종합감독 대책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책반은 또 파생상품 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보완 사항을 관련 법과 규정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대책반은 무분별한 장외파생상품 출시에 따른 피해 방지를 위해 ▲금융기관의 자체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파생상품 판매 자격시험 도입 ▲금융 관련 자격증 소지자로 판매직원 한정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파생상품의 사전 심사나 불완전판매 감독강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파생상품의 계약 정보를 통합 관리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금융감독당국이 이처럼 뒤늦게 파생상품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다양한 고위험 파생상품 출시로 투자자들의 피해 규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파생상품 시장이 급팽창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안전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여야 의원들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금융감독당국이 환헤지용 파생상품 ‘키코(KIKO)’ 등의 파생상품에 대한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행위를 방치해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다며 감독 부실을 추궁했다.

금융감독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내부통제시스템을 통해 복잡하고 위험도가 높은 장외파생상품이 마구잡이로 발행되지 못하게 스스로 제한하도록 하고 약관 심사 등의 규제를 통해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며 불완전판매 감독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