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시대>‘美가 기댈 수 있는 나라’ 재확인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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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현종 정치부장]

‘오바마 시대’를 맞아 한국의 미래는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미국 사회뿐만 아니라 우리 정치·외교 전반에 걸쳐 충격파를 던져주고 있다. 주미 대사를 지냈고 미국의 조야에 많은 지인과의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이홍구(74) 전 국무총리는 6일 오전 문화일보와의 긴급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가 머뭇거리는 것 보다 개혁에 적극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미국이 가장 마음 놓고 기댈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을 재확인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전 총리로부터 오바마 시대의 한미관계 등에 대해 들어봤다.

―오바마 시대의 미국은 조지 W 부시 시대와 어떻게 달라질까.

“역사적 전환기이기 때문에 우리가 여기에 적응을 해야하는데,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이것은 바깥에서 온 어려움이기보다는 내부 체제에서 나오는 모순인 점이 많았다. 이번 대선은 이런 것을 개혁할 자생력이 있는가를 테스트하는 선거였는데 오바마 스스로 애기한 것 처럼 본인의 당선은 그런 재생 내지 전체적 개혁을 할 기회를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국민이 그런 정치적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우리가 중요성을 부여할 수 있다. 과연 미국이 그런 개혁할 수 있는 체제인가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시작은 상당히 미국의 세대 변화라든가 경제체제 변화라든가 국제체제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보여 긍정적인 눈으로 지켜본다.”

―미국발 오바마혁명은 글로벌세계에 어떤 영향줄 것으로 보는가.

“21세기는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모두 변화를 해야하는 필요를 느끼는 시대다. 유럽도 마찬가지고 중국이나 개발도상국도 마찬가지이다. 세계적인 변화의 선두에 서서 모범을 보이고 리더십을 보이는 것이 미국이 해야할 일이다.”

―한국은 오바마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야 하나.

“우리는 G20(주요 20개국)에 참가하는데, 개도국, 브라질이나 중국, 인도 등에 비하면 우리는 중간지대에 있는 나라이다. 우리는 머뭇거리는 것보다 개혁에 적극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국이 가장 마음 놓고 기댈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을 재확인하는 기회로 활용했으면 한다. 그간 우리는 미국의 안보동맹국으로 여겨졌는데 세계 금융개혁측면에서 가장 가까운 동맹으로 협조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우리의 국제적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본다.”

―오바마의 외교안보관, 아시아에 대한 구상은 어떻게 될까.

“역대 공화당 정부를 볼 때 닉슨과 키신저는 공화당 인맥인데 아시아에서 미국의 위치는 미·중간의 역할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됐다. 민주당 정부도 그런 연속선상에서 접근할 것이고, 아시아를 조망할 것이다. 이제 미중관계는 경제를 포함한 여러 차원에서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상대적 중요성이 부상했다. 경제적으로 대국반열에 든 나라가 중국과 일본이고 그사이에서 대국은 아니지만 상당정도 실력과 발언권을 확보한 게 한국이다. 그러니 한국이 미국과 적극 협력하면서 미국을 돕겠다고 나오면 기대도 할 수 있고 희망사항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위기에 대해 우리가 어떤 위치를 취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가 오바마의 인맥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많은데.

“우리가 취약하다고 걱정하는데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 한국과 지난 50년 이상 긴밀히 지내 그런 관계는 지금 현재도 여러 네트워크가 많아 별문제는 아니다. 바이든 상원의원은 한국을 잘 안다. 오히려 한국이 가장 역점을 두고 준비해야할 것은 루트를 찾거나 커넥션을 찾는 것보다 우리의 기본입장이 뭔가를 찾고 국내 여야간에 합의해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

―보수적인 이명박 정부와 진보성향의 오바마 당선자간에 불일치현상이 클 것으로 보이는데.

“이명박 정부를 보수정부로 보면 곤란하고 오바마도 진보정부로 보면 곤란하다. 오바마는 어제 승리연설에서 공정기회 자유 복지를 얘기했는데 그것은 대한민국의 공동체 가치와 같다. 한걸음 나아가 한민족이 만드는 공동가치다. 한국만의 예외적 가치가 아니고, 보편주의적 관점이다. 국내에서 불필요한 이념적 잣대로 보수다 진보라 하는데 그것은 시대착오다. 세계적으로 빨리 움직여 역사흐름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

―북한문제는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나.

“미·북간의 관계가 좋아지면 한국과 미국, 남북관계가 어려워진다고 하는데 그것은 맞지 않는다. 우리입장은 북한을 고립시킨다는 게 아니라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을 장려한다는 것이다. 통미봉남은 적절하지 않다.”

―오바마 당선자가 취임할 때까지 해야할 과제는.

“오바마 당선자는 미국을 위기에서 구출해야한다는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있으며 그것이 넓은 의미에서 공감대를 얻어 당선된 건데 그것을 구체적 프로그램으로 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앞으로 몇달동안 테스트 시기인데 기대치가 상당히 높다. 오바마의 경우 기대가 워낙 커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전부가 어려워 전세계적으로 위기에 처해 있어 위기 극복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적지 않은 시련이 있을 것이다.”

lee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