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시대>절망을 희망으로…‘검은 케네디’ 신화 창조

미국 하와이 출신의 ‘혼혈소년’이 미국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주인공이 됐다. 제44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버락 오바마(47)는 변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바탕으로 21세기 ‘신(新)아메리칸 드림’을 실현시켰다.

◆ 뿌리를 찾기 위한 방황 = 오바마의 어린 시절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그는 1961년 8월4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당시 하와이대로 유학온 케냐 출신의 흑인 아버지 버락 오바마와 캔자스 출신의 백인 어머니 스탠리 앤 던햄과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버락은 아랍어로 ‘축복받은’이란 의미. 하지만 아버지는 결혼한 지 2년 만에 하버드대로 공부를 하러 떠나면서 아들 곁을 떠났고 부모는 오바마가 두 살 때 이혼했다. 오바마가 아버지를 다시 본 것은 10살 때였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어머니가 인도네시아 출신의 롤로 소에토로와 재혼하면서 어린 시절 4년을 인도네시아에서 보냈다. 그러나 어머니의 두 번째 결혼도 파경을 맞았다. 오바마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살고 있던 호놀룰루로 돌아와 유명한 사립학교인 푸나호우 스쿨에 들어갔다. 인류학자인 어머니가 연구를 위해 인도네시아로 다시 가는 바람에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밑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이때부터 그는 인종문제로 격심한 정체성 혼란을 겪기 시작했다. 그는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을 통해 마약까지 접할 정도로 내적 갈등이 심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외할머니 매들린 던햄과 2차대전 참전군인 출신의 외할아버지 스탠리 던햄에게서 받은 사랑과 교육은 일생 동안 자신을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3일 외할머니의 사망 사실을 밝히면서 오바마가 눈물을 흘린 것도 그같은 사랑에 대한 감사와 외조부모에 대한 애틋함 때문이었다.

◆ 구원을 위한 조직가 활동 = 오바마는 고등학교를 마친 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옥시덴틀대에 들어갔다. 이 대학에서 반(反)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집회에 참가하면서 처음으로 정치활동에 관심을 가졌고 이후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대로 편입학해 정치학을 전공했다. 컬럼비아대 졸업 후 시카고 흑인거주 지역에서 도시 빈민운동에 본격적으로 투신한 것도 ‘뿌리’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이후 하버드 법학대학원을 진학, 법학박사를 받아 변호사가 됐다. 하버드 법대 시절에는 법대 학회지 ‘하버드 로 리뷰’의 흑인 최초 편집장이 돼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다.부인 미셸 로빈슨(44)은 시카고의 한 법률회사에서 연수 중에 만났다. 미셸과의 사이에 두 딸 말리아(10)와 사샤(7)를 두고 있다.

◆ ‘검은 케네디’의 신화 창조 = 오바마는 시카고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시카고대 법학대학원에서 헌법을 가르치면서 정치 입문을 준비했다. 본격적인 시작은 1996년 일리노이 주의회 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부터. 그리고 운명의 2004년이 그에게 왔다. 그해 여름 보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그는 ‘미국인은 모두 하나’라는 17분짜리 기조연설을 통해 오바마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2004년 11월 그는 미국 역사상 흑인으로는 세 번째 연방 상원의원이 됐다. 오바마는 지난 8월28일 덴버 펩시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됐고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역사상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됐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