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심만수기자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의 눈길이 대학들에 집중되고 있다. 사립대학은 전체 대학의 80%를 웃돌고 있다. 수험생 맞을 채비를 하느라 분주한 사립대 총장들이 오는 21일 경북 포항 한동대에서 ‘사학진흥 육성과 전략’이란 주제 아래 세미나를 한다. 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산하 사립대 현안 TF 위원장을 맡은 홍승용(59) 인하대 총장은 “세계대학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기규칙으로 전면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시윤 전 감사원장 등 그를 만난 인사들은 그의 연설을 높이 평가한다. 홍 총장의 연설은 특히 주장하고픈 대목에 들어가면 리듬감을 타되 군더더기가 없기 때문이다. 10월24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2008 세계총장포럼에서 ‘국제공동연구와 대학의 역할’을 발표했고 지난 3~6일 미국 버클리대 강연에서는 연설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평소 책을 많이 읽고 메모하는 습관에다 ‘좋은 책이다’ 싶으면 지인들과 교직원들에게 직접 사서 나눠준다. 워낙 바쁜 스케줄 때문에 서울 자택까지의 출퇴근 시간을 아끼려 학교 기숙사에서 자주 작업에 나선다.
▲1949년 경기 화성 출생 ▲경복고·고려대 상학과 졸업(1972) ▲경희대 경영학 박사(1988) ▲미국MIT대 해양정책학 박사후 과정(1990)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1997~1999) ▲해양수산부 차관(1999~2002) ▲인하대총장(2002~현재)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부회장(2007~현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사(2008~현재) ▲사립대 현안 TFT 위원장(2008~현재)
―입시철이어서 가장 바쁜 시기임에도 세미나를 개최할 만큼 당면한 사립대의 현안이 있습니까.
“고교 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이 83%로 우리 교육열은 세계에서 최고 수준입니다. 그런데 우수학생들의 외국대학 진학률이나 국제경영개발원(IMD)의 보고서처럼 국내 대학들의 경쟁력은 한참 뒤떨어집니다. 양적 숫자로만 웃자란 대학교육의 부실은 등록금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대학의 살림 사정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정부의 올해 고등교육예산은 4조5000억원이지만 사립대는 1조5000억원에 불과합니다. 미국대학 중 1년 예산이 1조원 이상인 대학이 55개나 되는데 이래가지고는 경쟁이 안됩니다. 결국 돈과 인력의 문제입니다.”
―거론하신 내용은 오래 전부터 사립대에 제기되던 지적으로 기억합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정부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우리 고등교육 전체의 재정 확충을 위한 법적 뒷받침이 시급합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과 사립대학육성특별법 마련이 선행돼야 합니다. 이와 함께 대학을 둘러싼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야 합니다. 세계대학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 가령 3월 학기제를 9월 학기제로 전환하는 문제, 우수학생 선발을 위한 대학입시 자율화, 교직원의 채용과 승진·파면에 대한 대학의 재량권 확보를 더이상 늦추기 어렵습니다. 해외분교를 설립하거나 외국대학과 합작투자에 나설 때도 국내법은 까다롭기 짝이 없습니다.”
―사학법 재개정 문제도 대학사회 안팎에서 큰 관심사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학의 설립 및 경영의 자유는 헌법에 명기되어 있는 국민의 기본권입니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한마디로 사학통제법입니다. 사학 설립의 다양성이나 자율성,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배제한 채 오로지 사학 내부 구성원간의 갈등을 초래하게끔 돼 있습니다. 개방이사제와 임시이사제, 대학평의원회제를 떠올려 보세요. 대학평의원회제도는 교무회의보다 상위의 법적기구입니다. 사립대 총장들은 대학의 책무성과 자율성 측면을 고려해 이 제도의 폐지를 한결같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시바삐 대체입법, 예컨대 사학육성특별법 또는 사립대학육성특별법 제정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쉴새없이 움직이는 외국대학들을 떠올리면 우물 안에서 규제에 갇혀 지낼 시간이 없습니다.”
―외국대학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구체적인 사례가 있으면 들려주시죠.
“최근 미국 버클리대에서 개최된 해양법 국제학술포럼에 기조강연을 하고 왔습니다. 그때 로버트 버지뉴 버클리대 총장을 만났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일본과 중국, 미국 등이 해양분쟁을 겨냥해 통합해양행정체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의 모델이던 해양수산부의 기능이 새 정부의 조직 개편때 분산된 것에 대해 외국 전문가들이 무척 아쉬워했습니다. 버클리의 힘은 20명에 달하는 노벨상 수상 교수가 가르치고 연구하는 데 있습니다. 세계대학 가운데 학점따기가 가장 어려워 학생들의 하루 학업량이 단연 세계 최고입니다. 실리콘밸리가 가까운 곳이어서 2007년 외부 연구수주액만 5억달러에 달합니다. 그런데도 최대 현안으로 대학 재정확충을 꼽고 있습니다. 세계경제 위기에 따라 외국 유학생이 계속 줄어드는 것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버클리대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고, 우리 대학들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먼저 단과대학 단위로 강력한 책임 경영제를 확립한 게 인상적입니다. 자율과 책임이 보장되는 대학 운영을 우리가 배워야 합니다. 경영 다각화를 통한 공격적인 이윤추구도 중요한 시사점입니다. 학교부설 영리법인을 설립하고 기업들과의 제휴를 적극 추진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대학 살림살이도 나아지고, 그러면 등록금 의존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러운 것은 미국사회의 기부 문화입니다. 기부를 통해 새로운 지식이 창출되는 기반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결국에는 국가의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서서히 기부 분위기가 잡히고 있는 것 같아 퍽이나 다행스럽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부의 절대규모도 작은데다 그나마 일부 대학에 치우치고 있습니다.”
―권성 언론중재위원장을 법학전문대학원장으로 영입하셨습니다. 내년에 개원하는 인하대 로스쿨만의 장점이라 할까요, 다른 대학과의 차별화 지점이 궁금합니다.
“권성 위원장님 영입을 계기로 우리나라 법학전문대학원의 제도 정착과 함께 인하대의 로스쿨 발전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물류대학원을 설립했듯 우리는 물류와 지적재산권, 통상분야 쪽에 비교우위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우리 로스쿨 졸업생들이 100%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재학 중 국내외 로펌에서의 강도 높은 인턴십 실무 경험을 통해 실전에 즉각 배치될 수 있도록 양성하겠습니다. 국내변호사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 변호사 자격 취득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송도 제2캠퍼스 설립을 마치 마지막 승부처인양 의욕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도시에는 글로벌대학이 존재합니다. 인천은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자유구역이며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 중심에 인하대가 있습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외자 유치가 필요합니다. 송도캠퍼스에 미국의 일리노이대나 미시간대, 남가주대, 휴스턴대, 유타대 등의 연구·교육 프로그램 유치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대해도 좋습니다. 프랑스의 에어버스, 미국의 보잉과 설립한 항공분야 국제공동연구소를 오는 2010년부터 단계적으로 입주시킬 계획입니다. 세계첨단 연구소가 들어서는 내용까지 감안해 미국대학캠퍼스 설계경험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AC마틴이 직접 마스터플랜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홍 총장께서 일찌감치 ‘글로벌’을 겨냥한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송도 캠퍼스의 이른 자리매김에도 보탬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맞습니다. Global U8(GU8) 컨소시엄인데요, 2004년 인하대 주도 아래 미국의 로드아일랜드대, 워싱턴대 및 하와이대, 이스라엘의 하이파대, 프랑스의 르아브르대, 호주의 RMIT대, 중국의 샤면(夏門)대 및 일본의 메이지(明治)대, 영국의 헐대, 이렇게 4대륙 8개국 10개 대학과 GU8 컨소시엄을 결성했습니다. 물류와 경영, 첨단과학, 해양 등 핵심 4개 부문에서 세계 10개 대학의 강점을 모아 학생교류와 교수들의 공동연구 활성화, 대학행정의 노하우 상호교류 등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에 다니는 외국 교환학생의 25%가 GU8 대학에 다니고 있고, 물류분야의 특성화 성공은 GU8 대학과의 협력이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내년 입학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인하대는 어떤 이미지로 다가올지 자못 궁금합니다. 객관적 기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받고 있다는 지적도 들립니다.
“입시경쟁률을 예로 들겠습니다. 2001년 4대1에서 지난해 10.2대1로 한층 치열해졌습니다. 취업률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9.1%에서 74.4%로 증가했습니다. 총장 취임 이래 줄곧 ‘변화하는 대학, 성장하는 대학, 시대가 요구하는 대학’을 기치로 내걸고 대학 구성원들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개교 50주년인 2004년을 기점으로 이공계가 강한 인하대의 전통 브랜드에 물류경영과 법학, 한국학의 특성화 내지 집중적 선택으로 명실공히 이공계와 인문계가 균형 잡힌 인하대, 내실 있는 인하대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약속드립니다. 남은 임기까지 글로벌 명문사학 인하대의 이정표를 반드시 세우겠습니다. 송도에 제2캠퍼스 조성, 10% 외국인 교수 확보, 10% 외국인 학생, 10개 전공분야 세계 50위권 선정, 졸업생 취업률 90%를 달성하게 되면 우리대학은 ‘좋은(good) 대학을 넘어 대단한(great) 대학’으로 거듭납니다.”
홍 총장은 누구
홍승용 인하대 총장은 2006년 당시 정운찬 서울대 총장과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야구 얘기에 의기투합했다. 아예 양교 총장이 직접 뛰는 교직원 야구시합을 갖기로 했고 서로 방문하는 형식으로 2차례 경기를 벌였다. 홍 총장은 홈런을 포함한 장타를 날리며 인하대의 압승을 거푸 이끌었다. 청운중학 시절 포수로 활약했던 그는 대학 경영에도 야구이론을 접목시킨다. 테니스 등 다른 운동도 고루 수준급.
인터뷰=문성웅 사회부장 swm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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