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세까지 팔팔하게 99팔팔>“하루 두 끼만 먹고 1만보 걷기 철칙”

먼저 옷차림이 눈길을 끌었다.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있는 집무실에서 만난 김수학(81)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이사는 상의와 하의 모두 갈색 제복을 갖춰 입고 있었다. 상의 제복은 기업체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이처럼 하의까지 제복으로 갖춰입은 것은 요즘 보기 힘들다.

“언뜻 보면 ‘김정일 옷’ 같죠? 새마을 지도자 복장이에요.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 회장직을 그만둘 때 하복과 동복 한 벌씩을 기념으로 만들어 줬습니다. 참 편해요. 때도 안 타고.” ‘제복’은 김 이사가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시사해주고 있었다.

“기념사업회 사무실에 매일 출근합니다. 99년 기념사업회가 발족했어요. 그 이후 사회에 마지막 봉사를 한다는 각오로 상근 이사와 상임위원직을 맡아 일하고 있습니다. 보수도 없고, 출장비도 없습니다. 말 그대로 봉사죠.” 하루 전인 19일 김 이사는 전남 목포에서 열린 ‘선진화 새마을운동 대토론회’ 발제를 위해 ‘당일 출장’을 다녀왔다. 또 20일에는 기념사업회의 ‘월례회의’를 진행했다.

“글쎄요. 건강을 말한다면 나이치고는 제법 건강하다고 할 수 있지요. 혈압이나 당뇨, 그런 노인병이 일단 없어요. 그러니 아직도 막걸리 마시면서 유유자적하죠. 한 자리에서 3~4통은 거뜬합니다. 그리고 막걸리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장수한다고 소문나 있죠.”

‘보통학교’ 학력이 전부인 김 이사는 일제 강점기인 1942년 경주 군청 고원(지금의 사환)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시장, 내무부 지방국장, 도지사, 국세청장,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 회장 등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러나 김 이사가 공직사회에서 명성을 얻은 것은 ‘유별난 학력’ 때문이 아니라 청렴한 삶을 신조로 하는 ‘청백리’이기 때문이었다.

“모두 어렵게 살 때였어요. ‘보릿고개’가 일상이었던 시절이었죠. 그러다 보니 하루 두 끼가 몸에 뱄습니다. 말 그대로 ‘일일 이식’이었죠. 그래서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식사자리’를 많이 밝히지 않았어요. 공직자가 식사 모임에 자주 다니다 보면 자칫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주변에 좋게 보여서 ‘청백리’라는 말까지 나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보니 어떤 분들은 건강을 위해서 일부러 하루 두 끼를 드신다고 하더군요.”

얼마 전 김 이사는 자신의 50여년 공직생활을 술회하는 회고록 ‘이팝나무 꽃그늘-보릿고개 넘어온 눈물의 민족사’(나남 간)를 내놓았다. “이 책을 쓰기 위해 배낭 하나 달랑메고 10년 동안 전국을 헤맸습니다. 그리고 배고픈 시절의 사연을 직접 듣고 기록했습니다. 그렇게 현장을 누비는 것이 다 운동 아니겠어요.”

김 이사의 건강관은 평생 그가 몸담고 일했던 공직 세계와 크게 닮아 있다. 건강에 대해 신조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나이를 먹으면 외로워진다고들 말합니다. 그러나 일이 있으면 절대 외롭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아요. 찾아서 만들어야 합니다. 운이 좋은지 다행이 제게는 끊임없이 일이 따라 다녔어요. 그래서 이나마 건강한 것 같습니다.”

건강비결 - 틈나는대로 아내와 걷듯이 등산

김수학 이사는 건강관리 비결로 ‘지하철 타기’와 ‘등산’을 들었다. “압구정동 집에서 여기 마포까지 지하철로 매일 출퇴근합니다. 모임이 있어서 나갈 때도 지하철을 탑니다. 그리고 가급적 지하철을 타거나 바꿔 탈 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많이 걷기 위해서죠. 그렇게 지하철 타고 다니면 ‘만보계’에 ‘만보’ 정도 찍힙니다.

그게 운동 아니겠어요?” 또 김 이사는 “틈나는 대로 집 인근에 있는 청계산에 오른다”고 말했다. 예전처럼 산 정상까지 오르지는 않아요. 산 허리 정도만 갔다 옵니다. 등산을 마치고 청계산 입구에서 해장국 한그릇 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등산길에는 항상 부인 주경이(75) 여사가 동행한다. 어찌보면 등산보다도 ‘부부해로’의 평화가 김 이사의 건강에 더 큰 도움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약력

▲1927년 경북 경주 출생 ▲경주공립보통학교(40년) ▲경주군청(42년) ▲국립공무원훈련원 1기 수료(48년) ▲전남 부지사(68년) ▲ 대구시장(69년) ▲내무부 지방국장(72년) ▲충남 도지사(73년) ▲경북 도지사(74년) ▲국세청 청장(78년) ▲한국토지개발공사 사장(83년)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 회장(89년) ▲계명대 명예교육학 박사(94년)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 명예회장(98년)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이사(99년)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