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는 실물경제>손 벌린 美 ‘빅3’ 뼈깎는 생존법 나오나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포드 등 미국 자동차업계가 의회로부터 250억달러의 구제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자구책으로 어떤 구조조정안을 마련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은 12월 초까지 빅3가 구조조정안을 마련토록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이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30여년 전 정부가 크라이슬러를 지원했던 사례를 떠올리며 의회와 자동차업계가 구제금융을 너무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빅3’ 생존계획 나올까 = 민주당은 12월 초쯤 ‘빅3’의 장기적 생존전략 방안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23일 보도했다. 민주당은 지난주 미 하원 자동차업계 청문회를 통해 ‘빅3’에 12월2일 현재 시점의 ▲구체적인 재정상태 ▲단기적으로 필요한 자금 규모 ▲장기적 생존 전략 등을 마련해서 12월 첫째 주에 의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우리는 보다 나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자동차업계의 파트너가 될 수 있기를 원한다”면서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게 될 것이며 그런 기회는 지금 여기에 있다”고 생존계획 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당 하원의 두 번째 실력자인 스테니 호이어 의원도 “우리가 자동차업계를 도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할 정보를 ‘빅3’가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찰스 슈머 의원은 “미래에 대한 그 어떤 계획도 없이 의회가 돈을 제공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화당의 존 보너 의원은 “그들이 12월 초까지 생존계획을 마련해올지 확신할 수 없다”면서 “무엇보다 납세자들은 ‘빅3’를 구제하는 데 냉담하다”고 말했다. 공화당 내에선 250억달러가 과연 빅3 구제를 위한 적정 규모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빅3’ 구제를 위해선 500억달러 정도는 지원돼야 하며, 그럴바에야 차라리 파산을 고려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GM 내부에서조차 파산보호신청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 29년 전 교훈 되새겨야 = AP는 “1979년 정부가 크라이슬러의 채무보증을 어떻게 했는지에서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1979년 크라이슬러가 파산 위기에 직면했을 때 정부는 15억달러의 구제자금을 승인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렸지만 지금은 수주 만에 같은 사례를 만들려 한다고 비판한 것이다. AP는 “1979년에는 (구제금융을 위해) 서둘러서 출발하지 않았다”면서 “당시 크라이슬러는 사상 최대의 분기 손실과 어떻게 싸울 것인지, 비효율적 자동차업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후 정부로부터 돈을 지원받아 25만명의 직원들을 보호했다”고 지적했다. AP는 특히 “리 아이어코카 크라이슬러 전 회장이 1979년 의회에 대출 보증 프로그램을 요청했을 때 연봉을 1달러로 낮추기도 했다”며 빅3 경영진 스스로 뼈를 깎는 변화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동차업계 조업 중단 등 = 23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자동차업계들은 공장 가동 중단과 회사 항공기 매각 등 생존 노력을 하고 있다. GM은 미시간과 오하이오, 캔자스, 미주리주 등 4개 공장의 조업중단을 오는 1월 한 주 더 계속하기로 했다. 또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샤와 트럭 제조공장의 폐쇄를 내년 5월까지로 2개월 연장할 계획이다. GM은 이와 함께 지난 9월 임차한 비행기 2대를 반환한 데 이어 또다시 2대를 반환하는 절차를 밟고 있으며 나머지 3대만 운영할 예정이다. 포드자동차측도 5대의 회사 비행기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마크 트루비 대변인은 “임원 출장용 3대를 비롯한 회사 비행기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