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농성자 시너 뿌리고 그위에 화염병 투척” VS “물대포 맞은 화염병 시너에 떨어져 발화”

용산 참사가 발생한 지 만 하루가 지났지만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망루 화재’의 발화 원인에 대해선 여전히 경찰과 철거민 농성자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 경찰 “화염병에 시너 뿌려 발화”= 백동산 서울 용산경찰서장은 20일 오전 용산경찰서에서 연 브리핑을 통해 망루 화재 원인을 농성자들에게 돌렸다. 백 서장은 “오전 7시26분쯤 경찰특공대원들이 망루 안의 1층에 진입하자 3층에 있던 농성자들이 1층으로 시너를 통째로 뿌리고 화염병을 던져 화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김수정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이 나선 오후 브리핑에서는 당시 현장을 지휘했던 신윤철 경찰특공대 제1제대장이 직접 나와 “대원 13명이 망루에 처음 진입했을 때 시위대가 화염병을 투척하며 거세게 저항했다”며 “망루 위에서 농성자들이 시너를 뿌리고 망루 아래층으로 화염병을 투척해 발화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불이 망루 전체로 번져 결국 망루가 무너지고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 농성자들 “불이 번진 것은 경찰 때문”= 반면 농성자들은 화염병을 던진 것은 맞지만, 망루에 불이 옮겨붙은 것은 전적으로 경찰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농성자는 “망루 위의 철거민들이 경찰을 향해 던진 화염병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망루 쪽으로 떨어지면서 시너에 불이 옮아 붙었다”고 주장했다.

화염병을 던진 것은 인정하지만 사고가 커진 이유는 경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목격자 신모씨도 “물대포에 맞은 화염병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불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불길을 피해 건물 아래로 뛰어내리다 부상을 입은 김모(49)씨는 “망루 꼭대기를 지키고 있는데 경찰특공대원 1~2명이 올라오기에 화염병을 던지자 옷에 불이 붙은 경찰이 망루 밑으로 물러났다”며 “함께 있던 철거민 옷에 붙은 불을 끄고 있는데 갑자기 망루 아래쪽에서 시커먼 연기와 열기가 숨을 쉬지 못할 만큼 밀려 올라왔다”고 말했다. 경찰의 옷에 붙은 불이 바닥에 있던 시너에 옮겨붙었다는 주장이다.

임정환·강버들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