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orld focus >집시 등 ‘희생양’ 삼아 경제 불만 표출

경제난 속에 일부 유럽국가에서 소수 인종 혐오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사회의 약자, 비주류로 인식되는 소수 인종을 타깃으로 한 범죄는 이들을 경기 침체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의도로, 정치 사회적으로 입지를 넓히려는 극우파 세력과 연계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고 독일 슈피겔 영문판이 24일 전했다.

◆ 집시, 아시아인 등 사회적 약자 희생= 헝가리에서는 집시와 반 집시 극우주의자들간의 갈등이 보복 살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24일 수도 부다페스트 남부에서는 집시 가족이 사는 집에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일가족 5명 중 아버지와 5세 아들이 숨지고 부인과 두 딸이 중상을 당했다. 목격자들은 자동차를 타고 있던 범인들이 집에 불을 지른 뒤 집 밖으로 뛰어나온 이들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개인적인 원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집시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공격일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헝가리에서는 지난 8일 한 나이트클럽에서 루마니아의 유명 핸드볼 선수 마리안 코브마가 집시 3명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이후 집시 범죄에 대한 비난이 고조돼 왔다. 집시를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는 지난 1년간 16차례인 것으로 조사됐으나 접수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경제 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 이후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헝가리뿐만 아니라 독일, 스웨덴 등에서는 네오 나치 세력이 외국인 범죄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14일 독일 드레스덴에서는 35명의 네오 나치주의자들이 도시 지하철역에서 아시아 여성을 상대로 인종차별적 행동과 발언을 해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독일 스웨덴 출신의 네오 나치주의자들은 이날 64년전 연합군의 독일 드레스덴 대공습을 맞아 열린행사에서 경찰차를 뒤엎는 등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 불경기 인종범죄가 늘어나는 이유는? = 역사적으로 경제가 어려울 때 소수 인종에 대한 혐오 범죄는 증가세를 나타내왔다. 높은 실업률과 가정 경제 위축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감을 해소할 대상을 찾기 때문이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대학의 마이크 스튜어트 인류학 교수는 “집시는 현재 헝가리 사회가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타깃이 되고 있다. 소수 인종들은 대부분 가난하고 사회보장제도에 의지해 생계를 이어가기 때문에 사회적 다수로부터 외면당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헝가리 전체 인구의 6~8%를 차지하고 있는 헝가리 집시들이 헝가리 인구와 경제에 부담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 특히 경기 침체 시기를 자신들의 정치적 성장 디딤돌로 활용하려는 우파 세력들이 합세해 외국인 혐오를 부채질해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난민최고대표는 “경제가 좋지 않을 때 두 개의 공격 대상이 생기는데, 하나는 정부이고 다른 하나는 외국인”이라며 난민과 이주민들이 경제 상황 악화의 탓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우려를 나타냈다.

심은정기자 fearles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