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포커스>조선 ‘국왕지인’- 대한제국 ‘황제어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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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황제가 1903년부터 비밀 외교문서 등에 사용한 ‘황제어새(皇帝御璽)’가 발견되면서 국새(國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문화일보 3월17일자 1·5면, 20일자 2면 참조) 국새는 국가의 상징이자 왕위선양, 외교문서에 사용하는 인장(印章·도장)을 말한다. 이와 관련, 역사학계에서는 조선왕조 500여년 동안 많은 종류의 국새가 제작됐다거나 현재 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대한제국 시기 제작된 ‘칙명지보(勅命之寶)’ 등 3과(顆·도장을 세는 단위)의 도장까지 국새로 보는 것은 이해부족이나 국새의 범주를 너무 넓게 본 데서 나타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 조선왕조의 유일한 국새였던 ‘조선국왕지인’(朝鮮國王之印) = 지난해 ‘조선시대 인장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성인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연구원이나 김문식(사학) 단국대 교수 등에 따르면, 조선이 1392년 건국한 뒤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기 직전까지 500여년 동안 나라의 유일한 인장이었던 국새는 중국의 명(明)·청(淸)나라로부터 하사받은 ‘조선국왕지인’이었다.

제후국이란 이유로 중국은 ‘새(璽)’나 ‘보(寶)’ 대신 항상 ‘인(印)’자를 써서 보냈다. ‘조선왕조실록’ 등에 ‘대보(大寶)’로 표현돼 있는 ‘조선국왕지인’은 명나라(1401·1403·1465년)와 청나라(1637·1653·1776년)로부터 각각 3차례에 걸쳐 인수했다.

원래 한번 받은 인장은 대대로 물려가며 쓰고 새로 발급받을 때는 이전에 쓰던 것은 중국에 다시 반납하는 게 원칙이었다. 조선 초기에는 ‘조선국왕지인’이 국왕문서에도 사용됐으나 곧 그 사용처가 중국과의 외교문서(사대문서·事大文書)와 왕위계승용 등으로 제한됐다.

◆ 국왕문서와 서적배포, 왕실인사의 각종 의식에 사용된 어보(御寶) = 국새인 ‘조선국왕지인’의 사용이 엄격히 제한되면서 세종 이후 이를 대체해 각종 국왕문서와 서적배포 등에 사용할 어보가 제작됐다. 특히 세종은 ‘국왕행보(國王行寶)’와 ‘국왕신보(國王信寶)’, ‘시명지보(施命之寶)’, ‘선사지기(宣賜之記)’ 등 7종의 어보를 제작해 교서(敎書)와 고신(告身) 등 각종 국왕문서와 국가차원의 서적배포 때 사용했다.

김 교수와 성 연구원은 대한제국기 만들어진 ‘칙명지보’·‘제고지보(制誥之寶)’ 등의 인장도 국새가 아니라 이같은 어보의 일종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왕실인사의 책봉과 시호(諡號), 존호(尊號) 등을 올릴 때마다 새로 만든 의례용 어보가 있다. 사대문서가 아닌 일본과의 외교문서에는 ‘위정이덕(爲政以德)’이라 새긴 어보가 사용된 것이 특징이다.

◆ 대한제국기 제작된 국새와 현존 유일의 국새인 ‘황제어새’ = 1897년 대한제국의 선포 과정을 기록한 ‘대례의궤(大禮儀軌)’에는 고종황제가 이때 새로 만든 13과의 인장이 소개돼 있다. 이중 ‘대한국새(大韓國璽)’ 1과와 ‘황제지새(皇帝之璽)’ 1과, ‘황제지보(皇帝之寶)’ 3과 등 5과의 도장만 국새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성 연구원의 주장이다. 이와 달리, 김 교수는 ‘대한국새’와 천자(황제)만이 사용할 수 있었던 ‘새’라는 명칭이 들어간 ‘황제지새’ 등 2과만 국새로 봤으며,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엄밀한 의미에서 대한제국기 국새는 ‘대한국새’ 하나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태진 교수를 비롯한 3명 모두 이번에 발견된 ‘황제어새’는 국새의 범주 안에 포함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나타내 ‘황제어새’는 대한제국기, 나아가 조선시대를 통틀어 실물이 현존하는 유일한 국새란 위상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