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리스트’ 일파만파>검찰, ‘120억+α’ 성격규명 정조준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후 ‘봉하마을 사업’으로 수사를 확대하면서 노 전 대통령 주변으로 흘러들어간 120억원대 자금의 성격 규명에 본격 나서고 있다.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노 전 대통령 퇴임을 전후로 봉하마을 개발 사업을 위해 70억원을 투자한 데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지난해 2월 노 전 대통령 조카사위 연철호(36)씨에게 건넨 5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50억여원)가 ‘노 전 대통령 돈’이라는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친인척 등 주변으로 흘러간 돈이 명분만 달리 했을 뿐 결국 ‘노 전 대통령 몫’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120억원+α, 노무현 자금? = 박 회장이 연씨에게 건넨 500만달러와 관련, 가장 궁금한 것은 이 돈이 노 전 대통령 것이냐는 점이다. 연씨 측은 “연씨가 박 회장에게 해외 창투사 투자를 요청해 받은 돈이고, 절반은 투자에 사용되고 나머지는 해외 계좌에 남아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박 회장이 연씨라는 ‘자금 관리인’을 통해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넨 돈일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박 회장과 연씨 사이에 상식적인 투자 관행에서 벗어난 ‘구두 계약’만 이뤄지는 등 의심스런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연씨를 위한 투자금이 아니라면 이 돈은 결국 노 전 대통령 사업에 투자되거나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네지기 전 ‘대기 자금’일 수도 있다. 이미 노 전 대통령이 퇴임 뒤 박 회장에게 차용증을 써주고 받은 15억원은 노 전 대통령 돈으로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 주변으로 들어간 게 확인된 건 강금원 회장이 설립한 ㈜봉화와 관련된 자금이다. 강 회장은 자신의 돈 50억원을 2007년 9월에, 추가로 20억원을 지난해 12월에 출자했다. 강 회장은 봉하마을 개발사업을 위해 투자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검찰은 이 돈의 성격에도 의문을 갖고 있다. 강 회장이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을 위해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지검 특수부는 횡령 등의 혐의로 강 회장을 수사하면서 70억원을 ㈜봉화에 투자한 경위와 자금 출처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정상문, ‘노무현 돈’규명 열쇠 = 문제의 ‘500만달러’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규명할 핵심 열쇠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주목받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 2007년 8월 노 전 대통령의 퇴임 뒤 사업 구상을 위한 ‘박연차·강금원’회동에 동석한 사실이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과 막역한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 재단을 설립하는 데 필요한 자금 문제에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홍콩 계좌에 있는 돈을 재단 사업에 쓰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을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박·강’회동을 기획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정 전 비서관은 6개월 뒤 박 회장에게서 연씨 측에 건네진 500만달러가 누구 돈인지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충남·박준희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