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약 없는 ‘석면약’ 11종 30일간 판매허용

석면이 들어간 탤크를 이용해 제조한 의약품 1122개 품목에 대해 판매 금지와 회수 결정이 내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9일 “석면 함유 탤크 원료를 사용해 제조된 의약품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120개 제약사에서 1122개 약품을 생산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올해 4월3일 이전에 제조된 해당 약품에 대해 판매와 유통을 금지하고 회수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 제품은 회수작업이 마무리되고 석면 오염 우려가 없는 원료를 사용해 만들어진 이후부터 시중 유통 가능하다.

◆판매금지 회수된 제품 = 식약청이 판매금지한 대표적 제품은 인사돌정(동국제약), 액티스정(드림파마), 토비코민-큐정(안국약품), 아진탈(일양약품), 아스콘틴서방정(한국파마) 등이다. 제약사로는 동아제약과 한미약품, 유한메디카(유한양행 계열사), 녹십자, 중외제약 등 국내 상위권 회사들이 대부분 포함됐다.

금지 품목은 감기약부터 알레르기 치료제, 항생제, 위궤양 치료제까지 다양하며, 대부분 먹는 알약이지만 일부 연고 제품 등도 포함돼 있다. 다만, 대체약품이 없어서 다른 약품으로 교체할 수 없는 의약품 11종에 대해서는 30일 동안 판매를 허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해당 제약사들은 이날 오후부터 시중 약국에서 제품 회수에 나섰으며, 건강보험공단은 해당 약품에 대한 병·의원 처방시 급여 지급을 중단했다.

◆소비자 대혼란 = 그러나 1122종의 의약품 판매 금지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당장 자신이 복용하던 약을 구하기 어려워진 소비자들과 이들 약품을 처방전 등에서 제외해야 하는 병·의원에서는 큰 혼란이 예상된다. 당장 이날 오후부터 ‘시중에서 대체약을 구할 수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소비자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판매금지 대상 약품 가운데 이미 처방 또는 판매된 제품은 이번 조치를 적용받지 않는다. 그러나 소비자나 환자가 해당 약품에 대한 환불을 원할 경우 구입처나 제약사를 통해 환불받을 수 있다. 회수명령이 내려진 1122개 의약품 명단은 식약청 홈페이지(www.kfda.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의약품 대체 어떻게 = 1122개 의약품에 대해 9일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졌지만 식약청은 환자들이 이미 처방을 받았다면 계속 복용해도 괜찮다고 밝혔다. 현재 판매금지 리스트에 포함된 약을 먹고 있는 환자들이 당장 복용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여러 협회와 전문가 자문을 종합한 결과 판매금지 의약품 1122개 품목은 복용을 중단할 만큼 유해성이 크지 않으며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석면오염우려 의약품을 먹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며 계속 복용할 것을 당부했다.

소비자들은 이번 조치로 특정 제품을 구할 수 없을 경우 다른 제약사의 동일 성분 약품을 구입해야 한다. 식약청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다품종 경쟁구조이기 때문에 1122개 의약품의 동일 성분 약은 많다”며 “브랜드가 달라도 동일성분이면 똑같은 효과가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