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街 ‘부활’인가 ‘일시 회복’인가

미국 거대은행 웰스 파고가 9일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발표로 뉴욕증시를 달구면서 과연 월가가 완전한 회복세를 이룬 것인지, 일시적 반등을 이룬 것인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초, 씨티은행과 JP모건체이스가 예상을 깨고 지난 1, 2월 순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뒤 뉴욕증시는 3월 한달간 거친 황소 같은 상승장을 연출했다. 이번주 시작된 어닝시즌(기업실적 발표시기)에서 웰스 파고가 또다시‘어닝 서프라이즈(전문가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깜짝 실적)’를 이룩하자 ‘바닥론’ ‘월가 부활론’ 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융업체 실적 호전이 최근 완화된 회계규정과 정부 공적자금 투입 덕분이라고 지적하고 있으며, 업계 전반적으로 여전히 심각한 대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 지표도 호전 = AP통신 등에 따르면 웰스 파고는 1분기(1~3월) 순익이 약 30억달러(1주당 55센트)에 달했다. 매출은 200억달러였다. 이는 톰슨로이터가 집계한 예상치 1주당 순익 23센트, 매출 189억8000만달러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최근 조그만 호재에도 우상향으로 치솟고 있는 뉴욕증시에 힘을 보태기에 충분한 실적이다. 지난 8일 어닝시즌 개막을 알린 알루미늄 제조업체 알코어가 예상을 하회하는 실적으로 투자자들을 실망시키면서 월가가 잠시 소강 국면을 맞는 듯했다.

그러나 웰스 파고가 좋은 성적표를 내면서 이제 금융주들이 잇따라 어닝 서프라이즈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다시 월가는 들썩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역시 이날 발표한 지난주 은행권 긴급대출프로그램 이용규모도 1주전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오랜만에 감소세를 보였고, 지난 2월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도 9년래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 대출손실이 문제 = 하지만 아직 월스트리트 회복, 더 나아가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의 바닥접근을 점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난해 월가와 미국 경제, 더 나아가 글로벌 경제를 침몰시킨 원인이 부실자산의 상각처리였다면, 올해는 은행들이 대출손실이 ‘최대의 난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로치데일증권의 리처드 보브는 AP인터뷰에서“대출 손실 규모가 아직도 상승중”이라며 “다른 은행들이 모두 웰스 파고와 같은 튼튼한 실적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웰스 파고 최고재무책임자(CFO) 하워드 앳킨스 역시 “경기가 (반등세로) 돌아섰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용카드에서부터 주택담보대출,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일반 가계 대출 등 각 은행들이 대출손실을 입을 분야가 워낙 다양한 만큼 향후 월가가 여러차례 하락세를 맛볼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