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문 특수활동비 횡령 수사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지낸 정상문씨가 청와대 예산 12억여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정 전 비서관이 별도 영수증 처리가 필요없는 ‘특수활동비’ 등을 횡령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에 대해 12억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경위와 자금 성격 및 흐름을 조사한 뒤 4·29 재보선 이후인 5월초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는 21일 정 전 비서관이 700억원 가량의 청와대 한 해 예산 가운데 12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청와대 예산 가운데 매년 100억~200억원 가량 편성되는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등을 전용했는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비자금을 보관한 차명계좌의 명의자 2, 3명을 이날 불러 조사하는 한편 노 정부 시절 청와대 경리 담당자로부터 회계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 돈이 노 전 대통령의 퇴임 뒤 활동 등 노 전 대통령을 위해 조성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돈의 성격과 규모, 자금 흐름을 폭넓게 보고 있다”고 말해 경우에 따라 비자금 규모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정 전 비서관이 빼돌린 것으로 추정되는 특수활동비는 구체적인 영수증 첨부없이 수령자 서명만으로 현금 사용이 가능해 이른바 ‘묻지마 예산’으로 일컬어지는 자금이다.

2006년 특수활동비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당시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특수활동비를 기관장이 마음대로 쓰는 게 아니라 편성 목적에 따라 엄격하게 집행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검찰 수사에서 정 전 비서관이 특수활동비를 포함, 업무추진비를 횡령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도덕성을 내세웠던 노무현 정부에는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가 제출한 미국은행 계좌에는 포함되지 않은 계좌에서 의심스러운 돈 거래가 있었는지, 당시 건호씨 관련 회사에 근무했던 직원들과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에 대한 보강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이날 오후 3시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예정된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신병 처리 및 향후 보강 조사와 건호씨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할 방침이며, 구체적인 소환시기를 임채진 검찰총장에게 금명간 보고한 뒤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석범·권로미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