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문, 박연차 돈 받고 로비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지낸 정상문(63·구속)씨가 박연차(64·구속) 태광실업 회장이 2006년부터 추진하던 베트남 화력발전소 사업과 관련, 당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정 전 비서관은 또 박 회장을 포함한 경남상공회의소가 우리금융지주 계열의 경남은행 인수를 추진할 당시에도 경제 부처 공무원과 면담을 주선하는 등 박 회장 사업 편의와 인사청탁 등에 적극 개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박 회장에게 편의를 봐준 대가로 4억원(상품권 1억원 포함) 상당의 ‘포괄적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과 ‘특수 관계인’인 박 회장과 대통령과의 연락 또는 만남을 주선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사실에 주목, 노 전 대통령 측이 박 회장에게서 받은 600만달러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의 대리인으로서 역할을 한 것인지,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이같은 사실을 인지했는지를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는 22일 박 회장으로부터 4억원을 받고 청와대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을 차명계좌로 빼돌린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정 전 비서관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은 박 회장이 2006년 8월부터 추진하던 베트남 화력 발전 사업과 관련,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당시 경제정책 비서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06년 11월~2007년 6월 박 회장과 경남 상공회의소가 추진하던 경남은행 인수 사업에 대해서도 박 회장측 인사들과 경제부처 공무원들과의 면담을 주선해 준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장이던 박창식 창원상의 회장은 회고록을 통해 ‘경남 출신 비서관’의 소개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권오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을 접촉한 사실을 언급한 바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이와 함께 2005년 1월 서울 S호텔 한 식당에서 박 회장이 사돈 김정복 중부지방국세청장 인사 검증 때 잘 봐달라며 건넨 1억원 상당의 금품(50만원짜리 상품권 200장)을 받았으며, 2006년 8월에는 박 회장에게 3억원을 요구, 서울역 옥외 주차장에서 1억5000만원씩 담긴 돈가방 2개를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 특수활동비를 2005~2006년 사이 2억원씩 4차례, 2005년 말~2006년초 1억5000만원, 2007년 5~7월 3억원을 빼돌리는 등 모두 6차례에 걸쳐 12억5000만원을 횡령, 주식·채권·상가 임차료·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으로 보관한 사실도 밝혀냈다.

장석범·권로미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