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출입 잦은 강남은 ‘SI 공황’

돼지 인플루엔자(SI·swine influenza) 확산에 대한 공포감에도 지역차가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SI 확산의 시발점이 멕시코와 미국 등이었던 만큼 상대적으로 부유층이 많이 거주해 해외 여행자가 많은 서울 강남지역 주민들이 더 큰 위기감에 빠진 것이다. 특히 조류 인플루엔자(AI·avian influenza)와 달리 SI는 사람끼리의 접촉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민들은 지난 2003년 전세계를 강타했던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 창궐 당시의 공포감에 빠진 모습이다.

◆ 강남지역 초비상 = 내국인 SI 추정 환자가 처음 확인된 28일 이후 일선 보건소 분위기는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상대적으로 부유층이 몰려 사는 강남지역 보건소들에는 하루 종일 SI 관련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강북 등 여타 지역 보건소는 비교적 차분한 속에 주민 홍보와 병·의원 모니터링 등에 전념하고 있다. 서초구보건소에는 28일 하루에만 100여 통의 문의전화가 걸려왔다.

서초구 보건소 관계자는 “중남미나 미국에 여행을 다녀왔다거나 여행을 갈 예정인 시민들이 주로 전화를 걸어오고 있다”며 “감기 증상이 있다는 분들과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느냐. 백신은 있느냐’고 묻는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중남미 여행은 가급적 자제할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일부 시민들은 미리 잡힌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야하기 때문에 난감해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와 강동구보건소 역시 28일 하루에만 10~20여 통의 전화 문의가 이어졌고 29일에는 더 늘어났다. 송파구보건소 관계자는 “저희로서는 예방약이 없기 때문에 여행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답해드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남구보건소에도 미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시민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29일 오전 대책회의를 여는 등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반면 서대문구와 종로구, 성북구 등 강북지역 보건소에는 29일까지 문의전화가 거의 걸려오지 않고 있다. 서대문구보건소 질병관리팀 관계자는 “강남지역에는 해외여행에 나섰다가 돌아온 사람들의 문의가 많다고 들었지만, 우리쪽은 아직까지 문의전화가 없었다”며 “아직은 반응이 없지만 앞으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내부적으로 회의를 통해 대처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역차는 주민들의 경제적 수준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난 속에 중남미나 미국 여행을 가는 게 중산층과 서민들로서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 공포감 확산 = 시민들의 SI 공포감도 점점 증폭되고 있다. 강동구보건소 관계자는 “주로 여행과 관련한 문의가 많이 오지만 ‘돼지를 만졌다’라든지 ‘돼지고기를 어떻게 먹으면 되냐’라는 등의 문의가 오기도 한다”고 시민들의 불안감을 전했다.

또 다른 보건소 관계자는 “감기 증상을 보이는데 혹시 SI가 아니냐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박세영·강버들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