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공포’ 초고속 확산> SI 나는데 당국은 기고… “국내도 급속확산?” 불안감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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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인플루엔자(swine influenza·SI)는 확산되고 보건행정은 기어가고…. SI 추정환자 한 명이 확인된 데 이어 의심환자들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국내에서도 SI가 대량확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보건행정은 찾아가는 행정이 아닌 앉아서 기다리는 뒷북치기라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보건당국이 멕시코, 미국 남서부 등 위험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들에 대한 추적 조사가 미흡하다. 추정환자로 확인된 51세 여성 역시 보건소에 자진 신고함으로써 국내 첫 감염사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여성은 4월19일부터 멕시코시티 남부 몰렐로스 지역을 여행하고 26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지만 공항검역소를 무사히 통과, 감염 사실을 짚어낼 수 없었다.

보건 당국은 뒤늦게 이 환자와 같은 비행기에 탑승한 315명에 대해 인플루엔자 유사증상 발현 여부를 추적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이와 관련, “승무원 및 환자의 2m 반경 이내에 앉았던 승객 8명에 대해 추적조사하고 있다”며 “나머지 승객에 대해서는 전화로 접촉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방역대책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25일 이전에 입국한 여행객이 7000~1만명으로 추정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추적조사는 아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치구 보건소들은 SI 비상근무를 하고 있으나 멕시코·미국 등 오염지역에서 최근 귀국한 사람들의 명단을 아직 통보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비상근무는 SI 예방 홍보만 하고 SI 의심환자의 전화가 걸려올 경우를 대비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광주 북구 보건소 관계자는 “멕시코를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들의 명단만 확보되면 일일이 전화를 걸어 증세 등을 확인하고 싶지만 명단이 없어 사실상 발빠른 대응을 못하고 있다”며 “자진 신고만을 기다리지 않고 추적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해당자의 명단을 빨리 각 지방에 통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SI가 조류인플루엔자(AI)에 비해 전파력이 훨씬 강하다는 것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2005년 발생했던 AI는 2년 동안 140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그 중 70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SI는 발생 규모에서 비교가 안될 정도로 대규모다. 불과 며칠만에 100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고 100여명의 사망자가 속출했다. 사망률도 10%를 웃돌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AI와 또 다른 측면은 AI가 조류끼리만 전파되고, 감염된 조류와 접촉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SI 바이러스는 사람끼리 전파가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관측돼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마디로, 세계화가 진척된 상황에서 비행기 여행객을 통해 급속도로 SI가 전파되고 있는 데 반해 보건행정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