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A’ 확산>멕시코 교민·유학생 ‘엑소더스’

인플루엔자A(H1N1)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첫 발원지인 멕시코에 체류중이던 한국 국민들의 ‘엑소더스(대탈출)’가 본격화되고 잇다. 멕시코에 유학생들을 보냈던 각 대학들은 ‘조기 철수’ 결정을 내렸고, 각 기업들도 현지 주재원들의 가족들을 철수시키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한국외대는 30일 멕시코 유학을 떠났던 재학생 27명 전원을 조기 귀국시키기로 결정했다. 이 대학 박정운 대외협력처장은 “돼지인플루엔자 사태로 멕시코 전 지역 대학에 휴교령이 내려진 상태고, 현지 학생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어 학생들에게 귀국하라는 안내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대학측은 학생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겠지만 건강이 최우선인 만큼 귀국을 서둘러 달라”고 전했다.

선문대도 과달라하라 국립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는 재학생 16명 전원에게 귀국 지시를 내렸다. 이 대학 스페인어중남미학과 심연식 교수는 “30일 오후 회의 끝에 전원 철수 결정을 내렸다”며 “멕시코 제2의 도시인 과달라하라에선 아직까지 인플루엔자A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남아 있고자 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이 우선이라는 판단 하에 최대한 빨리 귀국하도록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 멕시코시티에는 고려대와 경희대 등 각 대학에서 온 유학생 10여 명이 머무르고 있으며, 이들도 가족 및 학교 측과 연락을 취하며 귀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멕시코 현지에 진출한 100여개사, 1000여명의 주재원들도 가족들을 일시 귀국시키고 대외활동을 자제하는 등 인플루엔자A 확산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박동형 코트라 멕시코시티 무역관장은 “아직까지 교민 중 인플루엔자A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생업에 큰 타격을 입은 교민이 속출하는 등 흉흉한 분위기”라며 “현지 주재원들도 가족들을 먼저 귀국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에서 5년째 근무중인 이호영 대우인터내셔널 멕시코지사장은 “멕시코 정부가 5일까지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폐쇄명령을 내린 데다 가족들도 모두 귀국시켰기 때문에 식사는 직원들과 함께 사무실에서 라면으로 때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사장은 “종합상사는 사무실에서 전화와 e메일로 업무를 보는 만큼 대면접촉을 할 필요가 없지만 현지에 공장을 둔 제조업체들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매출 감소 등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영·노성열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