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으로 위기 넘는다>굴뚝산업 녹색변신 “CO₂확∼ 잡았습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SK에너지 울산공장의 등·경유 탈황공정을 담당한 이철환(오른쪽) 부장 등 팀원들이 지난 11일 울산 남구 고사동 수소첨가 탈황설비 앞에서 녹색관리를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울산 = 김연수 기자

“이산화탄소(CO₂)를 잡아라!”

국내 최대의 정유회사 SK에너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화두로 한 21세기 그린경영의 선두주자로 자리잡을 채비를 차리고 있다. 세계 유수의 에너지 기업들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CO₂ 저감 및 CO₂ 활용기술을 개발하는 데 발을 벗고 나선 것이다.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은 지난 4월 말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다음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SK에너지는 더 이상 정유사가 아닌,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종합에너지 회사”라며 “저탄소 녹생성장을 위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지속적인 투자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종래 전형적인 굴뚝산업체로 인식되고 있는 SK에너지를 녹색기술에 기반한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는 원대한 비전을 공개한 것이다.

SK에너지는 그 구체적 실천사업으로 기후 온난화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을 1단계 우선과제로 놓고, 이산화탄소 저감 및 이를 활용한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 온실가스 사내 배출권 거래제도 = SK에너지는 지구 온난화의 주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지난해 5월부터 국내 최초로 회사 사업장 간의 ‘온실가스 사내 배출권 거래제도’를 도입했다.

SK에너지의 사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는 사업장 사이에 배출권 거래를 활성화함으로써 개별사업장의 배출감소 노력을 유발시켜, 자연스럽게 회사 전체의 배출량 감축을 유도하자는 ‘자발적 친환경 경쟁체제’. SK에너지는 국내 실정에 맞게 우선적으로 울산 콤플렉스 정유공장, 화학공장 등 5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배출권을 할당하고, 분기별 거래로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는 등 친환경경영을 대폭 강화했다. 김종수 SK에너지 환경정책실장은 “온실가스를 감축한 사업장에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각 사업장 간의 경쟁을 유발시켜 궁극적으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유도한다는 점이 SK에너지 사내 배출권 거래제도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 차세대 촉매 올레핀(ACO) 공정기술 개발 = SK에너지가 개발한 정제과정에서의 에너지 절감은 CO₂를 줄이고, 석유화학 공정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SK에너지는 세계 석유화학 제품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2002년 새로운 나프타 분해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2008년 개발에 성공한 차세대 촉매 올레핀(ACO·Advanced Catalytic Olefin) 제조기술은 석유화학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과 특허를 보유한 해외 유수기업도 성공하지 못한 어려운 성과로 평가받는다.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화학사업의 가장 기본적이고 대표적인 공정이다. 나프타 분해시 기존의 기술은 열분해를 이용했으나, SK의 ACO 공정기술은 촉매를 이용한다는 차별점이 있다. 기존 나프타 열분해 공정은 850도 이상의 고온으로 나프타를 가열해 에틸렌 및 프로필렌 등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량이 전체 석유화학 산업 소비량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공정이다.

반면, SK에너지의 ACO 기술은 촉매를 이용해 에너지 소모를 대폭 줄였다는 점이 기존 공정과 다르다. SK에너지의 ACO 기술은 기존 850도 이상의 고온에 도달할 필요없이 700도 이하에서 운전이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에너지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감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그린폴(Green-Pol) 프로젝트로 이산화탄소를 자원화 = SK에너지는 각종 공정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10월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신기술에 대한 특허이전 및 연구협력 계약을 아주대와 체결하고 본격 연구에 돌입했다. 이 기술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회수·저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촉매기술을 이용해 플라스틱의 원재료인 폴리머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기존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를 절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산화탄소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어 자원화하고, 탄소배출권까지 확보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획기적 친환경 신소재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일명 그린폴로 불리는 ‘이산화탄소 플라스틱’은 연소시 물과 이산화탄소로 다시 분해되기 때문에 그을음 등 유해가스가 발생하지 않고, 깨끗하게 연소되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화재 발생때 피해를 최소화하고 환경 오염을 방지하는 데도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옥명안 SK기술원 수석연구원은 “분해성·무독성·청정 생산공정 등 친환경적인 특성 이외에도 투명성·차단성 등도 기존 범용수지에 비해 뛰어나다”며 “차별화된 장점으로 인해 건축용 자재, 포장용 필름, 식품 포장재 등에 우선 활용될 전망이며, 앞으로 다양한 분야로 적용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성열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