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으로 위기 넘는다>전화국 옥상이 태양광 발전소… 청정에너지 ‘전파’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2일 서울 중랑구 신내1동 KT 전화국 옥상에서 직원들이 태양광 집열판을 점검하고 있다. 신창섭기자

“전화국 옥상을 좀 보시죠. 태양광 패널을 288개나 연결해 만든 집열판이 보이죠. 시간당 최대 51㎾의 전기를 생산합니다.” 22일 서울 중랑구 신내1동 KT 신내지사의 건물 옥상으로 기자를 안내한 송현수(49) KT 전력운영실장은 대형 운동장의 전광판을 빼닮은 집열판을 손끝으로 가리키면서 이처럼 말했다.

파란 하늘에 떠 있는 집열판에는 검은 빛깔의 패널 32개가 다닥다닥 붙은 가로줄이 9개나 늘어서 있었다. 송 실장은 “신내지사는 서울시내에 위치한 전화국 가운데 유일하게 태양광발전소를 갖춘 곳”이라며 “방문객 대부분이 이 집열판을 위성안테나로 오해할 만큼, 전화국에 태양광발전소가 있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을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KT는 이 집열판으로 일반 가정 4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그 대부분을 건물 내부의 조명을 밝히고 사무기기를 사용하는 데 충당하고 있다.

그는 집열판 앞뒤를 가리키면서 “주위에 고층 빌딩이 전혀 없는 데다, 가까이에 불암산 수락산이 자리잡고 있는 청정지역”이라며 “먼지가 별로 끼지 않아 태양광발전소를 가동하기에는 제격”이라고 말했다.

KT는 지난해 말 신내지사와 화성송신소에서 통신업계로서는 처음으로 태양광발전소를 각각 가동했다. KT는 이 두 곳에서 앞으로 20년간 총 260만㎾의 전력을 생산, 총 1100t의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T는 또 강릉수신소에 10배 규모(시간당 500㎾ 전력 생산)의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KT는 태양광 외에도 지열,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비롯해 연료전지 등 대체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내부에서 적극 검토하고 있다.

KT는 유휴부지와 인력을 활용해 온실가스 감축 규제에 대비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각종 관련 기술 개발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와 관련, KT는 현재 대덕연구소에 지하 100~150m의 지열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시설을 시범 가동, 사업성을 타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아울러 전국 곳곳의 전화국을 연료전지충전시설로 활용하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KT는 또한 기존 시설의 전력사용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시도가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혁신적인 그린 기술을 적용하는 프로젝트다. IDC는 인터넷 사이트들의 메인컴퓨터 격인 서버들을 모아서 대신 관리해 주는 곳이다. 서버 대부분이 중대형 컴퓨터급이어서 전력소모량이 워낙 많다.

KT는 교류를 직류로 바꿀 때마다 전력손실이 발생하는 점을 감안해 고객들에게 직류 전원을 공급하는 반짝 아이디어를 적용, 그 자체만으로 상당량의 전력소모량을 줄이고 있다. 또한 에너지 사용절감을 위해 대규모 저장장치와 통신장비들을 묶어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활용할 수 있는 가상화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적게 일할 때는 필요한 장비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꺼둘 수 있어 불필요한 전력낭비를 막을 수 있다. KT는 두 기술 덕분에 전력효율성을 적어도 500% 이상 높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첨단 IT기업답게 화상회의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KT 경영경제연구소에 따르면 KT가 국내외 회의를 20% 화상회의로 대체하면 연간 25만t의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44억원의 출장비를 절감하고 40억원의 업무생산 증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석채 KT 회장이 솔선수범하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이사회를 화상회의로 진행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관련부서에 지시했다. 이사회 의장을 맡은 김응한 미국 미시간대 석좌교수를 배려한 것이다. 이 회장은 “간단한 안건 때문에 김 의장이 미국에서 한국까지 올 필요는 없다”며 “중요한 안건이 아니면 화상회의를 언제든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시장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회의시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회의문화를 바꿀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 3, 5월 두차례에 걸쳐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에 나가 있는 지사장들과 글로벌 사업전략회의를 화상회의로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3월부터는 전국 지사로 화상회의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KT는 전략적으로 그린 서비스를 신성장 분야로 육성하고 내부 비용절감 방안 차원에서 그린 IT 전략을 적극 구사하고 있다. 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그린IT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분기에 한 번꼴로 전사 차원의 논의를 하고 있다.

KT는 이를 통해 오는 2013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20% 감축할 계획이다. 또한 국가 탄소배출량의 2%를 감소케 하는 데 기여하기로 했다.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