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 테러’ 배후 드러나나

국내외 주요 기관의 인터넷 사이트를 마비시켰던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사이버테러’의 배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이번 사이버테러의 배후로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정찰국 산하 ‘110호 연구소’를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 재난 수준까지 몰아넣은 디도스 공격 주체가 좁혀졌지만 공격이 이뤄진 최초 발신지(인터넷프로토콜·IP주소)와 ‘110호 연구소’의 관계를 명확하게 밝히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10호 연구소’ 지목 = 국정원은 지난 8일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공격주체는 북한 또는 북한 추종세력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한 지 이틀 만에 구체적인 테러 배후와 모의훈련, 공격방법까지 제시했다. 국정원이 ‘110호 연구소’를 지목한 이유 가운데 핵심은 이번 테러에 사용한 해킹 수법이 북한이 즐겨쓰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국정원은 110호 연구소가 6월에 방송통신위원회 산하기관 등을 상대로 디도스 공격을 벌이는 등 ‘모의 훈련’을 했을 당시의 수법과 이번 공격 방식이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 대상 목록이 담긴 악성 파일의 확장자가 6월에 공격에 이용된 것과 같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또 6월27일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한·미 양국의 ‘사이버스톰’ 공조 움직임에 반발, 사이버공격을 예고한 점과 공격대상이 주로 보수단체인 점 등을 북한과 추종세력을 배후로 지목한 근거로 제시했다. 6월16일 국군기무사가 주최한 ‘국방정보보호 콘퍼런스’에서 정부가 ‘사이버스톰’ 참여를 밝힌 것이 북한에 사이버테러 명분을 줬다는 설명이다.

◆‘사이버 북풍’ 논란 = 국정원이 디도스 사이버테러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지만 ‘사이버 북풍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디도스 공격이 이뤄진 IP를 추적하고 있지만 최종 IP가 북한 인민군이란 근거를 밝히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며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 북한의 IP주소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공격 방식과 정황 증거는 확보했지만 뚜렷한 ‘물증’은 없는 셈이다. 따라서 ‘북한 배후설’을 놓고 정치권이 벌이고 있는 ‘북풍 논란’도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미국 국무부도 북한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하는 등 한·미간 발표에 차이가 있다”며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불필요한 북풍 논란으로 국가 위기 사태를 외면하고 있다”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김백기기자 bki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