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처리 9월이후 연기> ‘보호’못한 보호법… ‘100만 해직 대란설’ 현실로 닥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서울지방노동청 남부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실직자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임정현기자

미디어법의 국회 직권 상정 처리로 여야가 최악의 대치국면으로 접어들게 됨에 따라 비정규직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처리가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가면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대량 실업사태’가 현실로 다가왔다.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지난 7월1일 법 발효 이후 한달 가까이 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는 동안 일선 현장에서 ‘소리없는 해고’가 단행되고 있지만 정부나 정치권 모두 이에 대한 특별한 대책없이 거의 손을 놓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설혹 9월 정기국회에서 다뤄진다 해도 졸속합의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노동계 안팎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법안의 처리 향배에 신경을 곤두세워온 노동계 쪽에서는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노동계 인사들은 “비정규직을 쓸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지금까지 정부와 정치권의 눈치를 봐가며 비정규직 해고를 미루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 또다시 법 처리가 미뤄지면 한계상황에 몰려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게 뻔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노동전문가는 23일 “9월 정기국회에서 비정규직법이 처리된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사용기간에 몰린 대부분 기업들이 해고 통보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사·정과 시민단체가 합동으로 비정규직 실업에 대한 실태파악과 대안을 마련하는 논의구조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100만 해고대란설’을 내놓았던 노동부는 비정규직 해고사태와 관련, 아직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부는 7월말이나 8월초쯤 전국 단위로 1만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비정규직 통계를 발표할 예정이다.

‘기간 연장안’과 ‘유예안’ 등을 놓고 여야간에 한 달 넘게 치열한 공방을 벌여 왔지만 정작 직권상정 과정에서 비정규직법은 철저하게 외면당한 데 대한 반응이다.

시민사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국회가 민생 법안인 비정규직법안 처리를 계속 늦추는 것은 직무유기”라면서 “대량 실업이 현실화할 수 있는 만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