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 7번째 ‘불발’>“돈만 주면 우주기술 이전된다는 안이한 발상이 화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러시아 연구원들이 19일 나로호 발사가 중지된 직후 발사통제지휘센터에서 고개를 숙인 채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나로호가 19일 오후 이륙 7분56초를 앞두고 발사가 중단됐다. 사진은 발사 45분 전 본체를 받쳐 주던 지지대가 분리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공동취재단

19일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 Ⅰ)가 7번씩이나 발사가 중지됨에 따라 러시아에 의존하는 우주기술 종속국에서 벗어나 ‘우주과학 독립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액체로켓 발사체 등의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나로호는 이날 이륙 7분56초를 남기고 러시아가 제작한 발사체인 하단(1단) 액체로켓과 연결된 고압 가스탱크의 문제 등 기술적 결함으로 발사가 중지돼 우주과학기술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우주공학 전문가들은 2005년 12월 이후 4년간 7번이나 발사가 연기된 원인 대부분이 발사체 연소시험 차질 등 기술이전 협력국인 러시아의 협조 등 공조체계 미비 등으로 드러남에 따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승조(기계항공공학부) 서울대 교수는 “근본적으로 ‘한·러 우주기술보호협정’등으로 액체연료엔진 로켓 기술 이전이 불가하도록 협정을 맺은 것이 문제”라면서 “처음부터 러시아 의회와 우리 국회가 비준하면서 기술종속관계를 맺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구조적인 문제는 2002년 첫삽을 뜰 때 우리 기술수준을 무시하고 2005년 발사 목표를 세운 것”이라면서 “우리 작전은 ‘퀀텀 점프(대도약)’를 노린 것이었는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너무 버거운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것이 결국 러시아와 종속관계로 갈 수밖에 없는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유창경(항공우주학) 인하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뛰어난 고체로켓기술을 갖추고 있어 조금만 역량을 축적하면 되는데 문제는 원천기술조차 못 갖고 있는 액체로켓기술”이라면서 “특히 터보 펌프와 노즐 재질 등은 독자 개발에 시간이 걸려 기술이전을 받든가 공동개발을 해야 하는데 우주 선진국들이 비용과 상관없이 기술이전을 잘 안 해준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유 교수는 “우주 기술자립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국내 기술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김경민 국가우주개발전략센터장(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술 종속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전제한 뒤 “우주과학기술은 군사기술과 직결돼 우주 선진국들로부터 기술이전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주기술 이전은 돈을 주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우주 선진국들은 국가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 쉽지 않다. 정치외교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정충신·이용권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