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협상 끌어내 ‘南지원’ 얻어내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남북 적십자회담 남측 수석대표인 김영철(왼쪽)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과 북측 수석대표인 최성익 조선적십자회 부위원장이 28일 오후 금강산에서 열린 종결 회의에서 합의서를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금강산 = 사진공동취재단

북측의 8월 대남 ‘유화’ 행보가 심상치 않다. 북측은 28일 이산가족상봉 합의에 이어, 예인 30일만에 남측 ‘800 연안호’ 선원과 선박을 29일 인도하겠다고 통보했다. ‘4·5 장거리 로켓발사’,‘5·25 제2차 핵실험’ 등 군사적 도발이 먼 과거처럼 느껴질 정도로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북측은 이날 남북간 군통신을 통해 29일 오후 5시 연안호 선원과 선박을 돌려주겠다고 남측에 통보했다. 연안호가 7월30일 조업중 기계고장으로 동해상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지 30일만이다. 2005년 4월 ‘항만호’가 5일만에, 2006년 12월 ‘우진호’는 18일만에 풀려난 것에 비하면 다소 기간이 길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좋지 않던 1995년 5월 ‘86우성호’ 선원들은 7개월만에 송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종의 ‘유화’ 신호다.

연안호 인도는 북측이 지난 13일 억류 136일만에 개성공단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44)씨를 풀어준 이후 연일 남측에 보내는 유화 제스처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북측은 지난 17일 현대그룹과 남북교류협력사업 5개항에 합의했고, 21~23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특사 조의방문단(조문단)’을 보내기도 했다. 또 북측이 이날 적십자회담에서 9월말 이산가족 상봉을 합의한 직후 연안호 인도 사실을 통보한 것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 큰 정치’를 극대화하려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북측은 남북간 당면 현안이었던 유성진씨 석방, 이산가족 상봉 합의, 연안호 인도 등을 모두 단시일내에 처리하면서 향후 남북 당국간 협상을 위한 ‘판’을 벌여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북한의 의도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화 제스처를 통해 남측 내부에서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이견이 나오는 ‘남남갈등’을 유도하거나, 대북제재 국면에서 향후 남측의 쌀·비료 지원, ‘달러 박스’인 금강산관광 재개를 노린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북측은 남측이 요구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문제는 논의 자체를 거부해 향후 협상 전략의 지렛대로 활용할 공산이 크다.

북한이 지난 17일 현대그룹과의 합의에서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따라 북남관계를 개선”한다고 명시하고, 북측 조문단이 방남 기간에 남측 인사들에게 6·15, 10·4 선언 이행을 강조했던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날 끝난 적십자회담에서도 남측이 주장한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를 거부하고, 추석전 이산가족 상봉에만 한정했던 것도 같은 맥락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과거에도 ‘도발 뒤 유화’ 패턴을 밟지 않았느냐”면서 “북한의 의도를 조금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