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 가족의 추석나기>“우리집엔 보름달이 열두개 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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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많다 보니 명절 기분은 제대로 납니다. 굳이 누가 찾아오지 않더라도 북적대며 흥겹게 보내지요.”

서울 최다 다둥이 가족으로 유명한 남상돈(46)·이영미(44)씨 가족은 7남5녀, 열두 자녀를 둔 집안답게 제대로 추석 한가위를 즐긴다. 무엇보다 자녀들이 많다 보니 송편을 빚으며 추석을 준비하는 일 자체가 큰 즐거움이다. 아이들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송편을 빚다 보면 어느새 쟁반 가득 송편이 쌓인다. 아이들이 많으니까 명절 때도 심심할 틈이 없다. 집으로 친구들까지 찾아오면 그야말로 추석 분위기가 절로 난다. ‘가족의 힘’이 가장 돋보이는 때가 바로 명절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한가위를 맞아 남씨는 형님댁을 찾을 예정이지만 애들을 모두 데리고 가지는 못한다. “다 탈 수 있는 차량이 마땅치 않아 밑의 애들만 데리고 갈 생각”이라는 남씨는 “모두 데리고 가면 형님네가 정신없어 안 된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남씨 가족은 명절은 물론 집안 행사 때도 항상 북적거린다. 지난해 막내 덕우(2)의 돌잔치를 치렀을 때도 장남 경한(21)씨와 장녀 보라(20)씨의 친구들이 찾아와 거들어 주는 덕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돌잔치를 치를 수 있었다. 친구들이 아직 어린 동생들이 귀엽다며 같이 놀아줘 돌잔치도 재밌게 치를 수 있었다.

남씨는 “애들에게 과도한 기대감은 드러내지 않는다”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현재 동덕여대 방송연예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보라씨가 연기자의 길에 들어선 것도 스스로 재밌어 하고 열심히 하기 때문에 밀어주고 있다. 다둥이 가족으로 유명해진 남씨 가족이 방송을 타면서 우연히 보라씨의 ‘끼’가 드러난 것이 계기가 됐다. 지난 2006년 KBS시트콤 ‘웃는 얼굴로 돌아보라’에 출연한 보라씨는 순수한 이미지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남씨는 “보라가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연기를 시켜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며 “하지만 스스로 원하지 않았으면 시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씨 부부가 처음부터 아이들을 많이 낳겠다고 작정한 것은 아니다. “결혼할 무렵엔 애는 하나면 족하다고 생각했다”는 남씨는 “큰아들을 낳고 난 뒤 연년생으로 보라를 임신해 낳다 보니까 어느새 12명이나 낳았다”며 크게 웃었다. 한때 샐러리맨 생활을 한 남씨는 “아이가 다섯 되니까 생계가 겁나더라”며 ”월급으론 도저히 애들을 벌어먹일 엄두가 안나 직장을 나와 창업을 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부부가 함께 한식당을 하고 있다.

애들을 키우면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역시 교육이다. 부부는 “먹고 입고 하는 것은 웬만큼 감당할 수 있지만 애들이 자라다 보니 중·고등학교 때 들어가는 교육비가 만만찮다”고 털어놨다. 남들 다 보내는 학원을 전혀 안 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한두명도 아닌 터에 모두 학원을 보낼 수도 없는 처지다. 부부는 “스스로 학원에 가고 싶다고 말하면 보내준다”며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과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 2명은 학원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자녀들의 요구사항도 모두 들어줄 수는 없다. 남씨는 “애들 요구사항의 60% 정도만 들어준다”며 “휴대전화도 고등학생이 되면 사준다”고 밝혔다.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는 저출산 문제와 관련, 남씨는 “세심하게 정책을 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큰 틀에서는 여러 가지로 출산과 육아를 지원하는 정책 변화를 읽을 수 있으나 서민들이 실제로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 예로, 정부 차원에서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육아수첩’을 배포했으면 좋겠다는 것. 성인이 되면 주민등록증을 발부하는 것처럼 태어날 때부터 육아수첩을 마련해줘 출생과 함께 국가에서 육아에 대해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방접종 시기 등 육아에 관련한 정보들을 총망라한 ‘안내 책자’를 출생신고와 동시에 받아든다면 부모들이 ‘아, 나라에서 우리 애에게 정말 신경 쓰고 있구나’라고 느낄 것이라고 남씨는 거듭 강조했다.

요즘 신혼부부들이 애를 안 낳는 이유에 대해 남씨 부부는 “감성이 메말라서 그렇다”며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의 인생을 즐기겠다는 생각이 너무 강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실적 계산들이 오히려 인생을 황량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부부는 “아이를 안 낳는 사람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선 어머니들이 변해야 하는데 이는 자기 위주의 인생관, 경쟁 위주의 교육관에서 벗어나 보다 감성적인 교육관을 가질 때 가능하다는 것. 남씨는 “생각을 긍정적으로 하면 헤쳐나갈 힘이 난다”며 “아무리 오늘이 절벽처럼 깜깜하더라도 내일은 반드시 해가 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남씨 부부는 문화일보가 보건복지가족부·국민연금공단과 함께 펼치고 있는 출산 장려 캠페인 ‘아이사랑-More Babies’에 대해 “정말 중요한 일을 문화일보가 앞장서 다루고 있어 박수를 보낸다”며 “특히 다둥이 가정을 잇달아 소개하고 있어 무척 재밌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다둥이 가정도 우리처럼 애들에게서 행복을 느끼며 한편으론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절실히 느끼지요. 무엇보다 다둥이 가정이 아이 하나, 둘을 둔 여타 가정과는 다른 즐거움과 애로사항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좋습니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