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이슈>“황영기의 욕심” “금융당국 감독소홀” 설전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의 외형 확대 욕심이냐, 금융당국의 감독 소홀이냐.’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우리은행의 금융 파생상품 투자 손실의 주 책임 소재를 놓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과 진동수 금융위원장,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등 증인간 열띤 공방전이 펼쳐졌다.

금융당국은 최근 황 전 회장이 우리은행 재직시 금융 파생상품 투자 손실에 대해 책임이 있다며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황 전 회장은 결국 KB금융지주 회장에서 자진 사퇴하긴 했지만 사퇴 직전까지 금융당국의 이와 같은 조치에 불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국회 정무위 유원일(창조한국당) 의원은 23일 국회 정무위 금융위·금감원 종합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의 당시 자료를 검토해 본 결과 황 전 회장이 외형 확대에 사활을 걸고 간부들에게 파생상품 투자를 독려했다”며 “외형 확대에 욕심이 있었다고 해도 부채담보부증권(CDO),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등 금융 파생상품은 거래구조가 복잡하고 위험도가 높은 상품이라 은행가라면 리스크를 고려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황 전 회장은 내부적으로 사전심의절차를 폐지한데다 금감원과 우리은행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리스크 관리 지적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금융위, 예금보험공사의 중징계는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황 전 회장은 이와 관련해 1조원 넘는 손실을 입게 된 것은 천재지변에 가까운 금융위기 때문이며 투자를 결정할 당시 자신이 내린 판단은 적절했기 때문에 징계는 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금융당국의 감독 소홀을 문제 삼는 지적도 있었다. 국회 정무위 홍영표(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이 우리은행의 CDO, CDS 평가손실 발생 사실을 최초로 알게 된 시점이 2007년 3월이고 종합검사를 실시한 것이 그해 5월인데 무려 2년이나 지나서 직무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중징계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그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손실에 대한 책임이 지적되니까 황 전 회장에게 잘못을 덮어씌운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동수 금융위원장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우리은행이 고위험 파생상품에 투자하면서 위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당시 경고도 했다”고 반박해왔다.

유회경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