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곡예 같은 운명… ‘동춘의 봄’ 다시 올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최고령 곡예사의 고독 최고령 한국 곡예사인 김영희씨가 관객이 모두 빠져나가 텅 빈 무대 위에서 홀로 원통묘기의 일종인 맘보를 연습하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동춘 서커스 ‘독수리 5형제’ 남아 있는 한국 곡예사 다섯명이 공연을 마친 뒤 숙소에서 동춘서커스가 옛 영광을 찾을 날을 기약하며 밝은 얼굴로 건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일류(44), 신장토(22), 김영희(47), 홍현식(41), 권오석(47) 곡예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오래전 그때처럼… 지금은 빈 의자가 채운 자리보다 많지만 그 예전에 그랬듯이 아이를 업은 한 관객이 공연을 보며 손뼉을 치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서커스는 끝나고… 서커스가 끝난 뒤 관객들이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천막 공연장을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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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빈자리 메우는 中곡예사 한국곡예사들이 점점 줄어 그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중국기예 단원들이 각종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주말 낮.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청량리 수산시장 한쪽 주차장에 마련된 천막극장에는 빈자리가 사람이 들어 찬 자리보다 많지만 오색조명 아래 곡예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배경음악이 고조되고 곡예사가 아찔한 묘기를 선보일 때면 객석 군데군데에서 간간이 탄성이 터져 나오고 박수소리가 들린다. 강아지가 다리에 붕대를 감고 가짜 절룩걸음을 할 때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옛날을 추억하며 부러 서커스를 찾은 한 노부부는 “왜, 원숭이랑 항아리에서 나오는 꼬맹이는 없냐”고 불평하지만 그래도 지금 봐도 아슬아슬한 것이 재밌다고들 한다. 물론 공연장 천막 뒤에는 아직 원숭이도 있고, 곡예사의 저글링 도중 꼬마가 ‘야~옹’하며 튀어나오던 큰 항아리도 있다. 단지, 이들 모두 언젠가는 다시 찾아올 제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동춘서커스가 한창일 때에는 단원이 100명이 넘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남아 있는 한국인 곡예사는 모두 합해야 다섯이다. 작년 금융위기로 손님이 끊기고 올해 신종 플루로 각 지역 축제들이 없어지면서 하나 둘 다음을 기약하며 동춘을 떠나갔다. 결국 한 달 전 40여년간 국내 유일의 서커스인 동춘서커스를 이끌어 오던 박세환(65)단장이 경영상의 이유로 잠정해체 선언을 하기도 했지만 이를 안타까워하는 관계부처와 각계의 도움으로 다시 ‘84년 전통 국내 유일의 동춘서커스’의 맥을 이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오래된 것들 대신 크고 번듯한 것들만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지금에 비춰보면 작은 것이라도 오래된 것, 세대를 넘어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빨리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공연장 뒤쪽에서 잠든 손녀를 들쳐 업고 어르면서도 잠시도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한 관객의 바람처럼 부디 3대가 함께 나눌 수 있는 ‘추억의 끈’이 끊이지 않았으면 한다.

사진·글=곽성호기자 tray9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