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포커스>정권을 건 선택, 나라 장래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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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임기 2년차인 이명박 대통령은 고심 끝에 정권의 명운을 좌우할지도 모를 ‘세종시 문제’에 정면돌파 결심을 굳혔다. 세종시 수정안은 이 대통령에게는 커다란 짐이다. 대통령 후보시절 거듭 약속한 세종시 원안 추진을 뒤집은 정치적 부담, 또 국회에서 처리될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 (세종시법)’ 개정안에 대한 민주당 등 야당과 한나라당내 친박(친박근혜)측 의원들의 반대를 극복해야 할 부담 등 산 넘어 산이다. 만약 개정안이 부결된다면 이 대통령으로서는 향후 국정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대통령의 승부수는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바꾼다. 역대 대통령들이 던진 정치적 승부수는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줄기가 되곤했다. 승부수가 실패한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수세에 몰리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의 인생자체가 ‘승부사의 삶’이었던 것처럼 재임중 위기가 닥칠 때마다 돌파구 마련을 위해 무모할 정도의 승부수를 던졌다. 그 결과는 항상 실패였다.

임기내내 지지도 추락에 직면한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한나라당에 느닷없이 대연정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여당인 열린우리당 지지세력들로부터도 ‘무모하고 사리에 맞지 않는’ 제안으로 여겨졌다.

한나라당은 이 제안을 초기에 거절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대선 및 국회의원 총선 날짜를 맞추자는 ‘원포인트 개헌론’은 그의 마지막 승부수였지만 차기 정권때 개헌을 추진한다는 정치권의 어정쩡한 약속을 명분으로 철회했다.

1996년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이른바 ‘노동법 날치기’ 통과는 대표적인 ‘실패한 승부수’였다. ‘세계화’를 최우선 국정어젠다로 내세우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위해 노동법 개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 의원 154명이 성탄절에 서울 시내 호텔에 나눠 투숙하다 다음 날인 26일 새벽 차창이 가려진 관광버스를 타고 국회로 들어가 야당 없이 단독으로 11개 법안을 7분만에 처리했다. 그러나 YS가 군내 최대 파벌조직이었던 ‘하나회’를 척결한 것과 금융실명제를 전격 실시한 것은 성공한 승부수로 꼽힌다.

대선 ‘4수’ 끝에 대통령이 된 김대중(DJ) 대통령의 1997년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의 이른바 DJP연합도 승부수였다. DJ는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둔 국민회의총재 시절 내각제개헌을 약속하고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DJP연합을 이뤄 대통령이 됐지만 국민여론이 내각제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워 결국 공조를 깼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 건설’도 당시 엄청난 반대속에 밀어붙여 성공한 대표적 승부수다. 먹고살기도 힘든 당시 상황에 정부수립 후 가장 많이 돈이 드는 공사를 비싼 차관을 들여 추진한다는 반대를 무릅쓰고 건설한 경부고속도로는 후일 초고속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1979년 ‘부마사태’등 유신독재를 반대하는 세력들에 대해 군사적 진압이란 정면승부를 택함으로써 유신체제의 종말이 앞당겨진 셈이 됐다.

방승배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