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다이제스트> “자신을 믿지 못하면 평화·구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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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왈도 에머슨(1803~1882)은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자연주의의 사상가. 시인이자 산문가이기도 한 에머슨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서 마이클 잭슨과 같은 뮤지션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초월해 폭넓은 계층의 사랑을 받으며 미국 정신의 저변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그는 하버드대 신학부를 졸업하고 유니테리언교회의 목사가 됐으나 3년 만에 사임, 미국과 유럽을 떠돌며 소로와 너대니얼 호손, 토머스 칼라일 등 당대의 지성들과 깊이있게 교유했다. 이후 불교의 영향을 받아 직관에 의하여 진리를 알고, 자아의 소리와 진리를 깨달으며 정신을 물질의 우위에 두는 초월주의 운동의 선구가 되기도 했다. 에머슨이 없었다면 진정한 의미의 미국 문학은 없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국 문학에도 족적을 남겼다.

이 책은 에머슨의 방대한 분량에 이르는 저서 가운데 ‘제1수필집’에 실린 ‘역사’, ‘자기믿음’, ‘보상’, ‘초영혼’과 ‘제2수필집’에 실려있는 ‘자연’, 그리고 하버드대 졸업생 모임에서 발표한 ‘미국의 학자’, ‘자연’, ‘농사’ 중에서 편역자가 정수라고 여긴 부분을 가려뽑아 옮긴 것이다. 책의 앞 부분에서는 개인적인 차원의 영혼의 법칙 등에 대한 내용들이 중심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다른 어떤 것도 우리에게 평화를 주지 못한다. 구원은 누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는 한 우리에게는 어떤 영감도, 창조도, 희망도 없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기만당할지도 모른다는 어리석은 생각에 사로잡혀 평생을 괴로워한다. 그러나 우리 자신에게 기만당하면 당했지, 타인에게 기만당하는 일은 없다.”

에머슨은 자기 믿음을 강조하면서 외부가 아닌, 자기 안에서 힘을 발견하고 그 힘을 나침반 삼아 ‘스스로 행복한 삶’에 이르라고 조언한다. 자연주의 사상가답게 그의 자연관도 당연히 나온다.

“모든 자연스러운 행위는 위대하다”, “농장은 무언의 복음서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봄날에 처음으로 간 밭이랑에서부터 눈 덮인 겨울 들녘의 마지막 짚가리에 이르기까지 왕겨와 밀, 잡초, 나무, 해충, 비, 곤충, 태양 등은 모두 신성한 상징물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은 내부와 외부의 감각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어른이 돼서도 아이와 같은 영혼을 잃지 않는다. 매일 음식을 먹듯 매일 하늘과 땅과 소통한다.”

산문이라기보다 시편을 닮은 에머슨의 에세이는 독자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다양한 울림을 자아낸다. 특히 살아가는 일이 힘겨울 때 가만히 읽어볼 만한 책이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